“일하기 싫으면 안 할 수 있잖아.” 플랫폼노동자 실태를 지적한 기사에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광고를 보면 플랫폼노동은 젊은이들이 막간을 이용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그려진다. 음식배달부터 대리운전, 가사돌봄, 웹툰작가까지, 플랫폼에 기반한 노동은 미디어의 묘사처럼 ‘쿨’하고 자유로울까?

플랫폼 노동자들은 스스로 일하기 싫을 때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주 5일 이상, 일일 법정근로시간과 맞먹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을 거부하면 플랫폼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도 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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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참세상이 지난해 8~11월 대리운전·퀵서비스·음식배달·플랫폼택배·화물운송·가사돌봄·웹툰웹소설·전문프리랜서 등 플랫폼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설문 혹은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 ‘일하고 싶지 않은 날이나 시간엔 일하지 않을 수 있어 플랫폼노동을 선택했다’는 답변이 5점 척도에서 평균 3.5점을 기록해 ‘보통’(3점)을 넘어섰다.

이 지표만 보면 플랫폼노동자들은 자유롭게 일하는 시간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 실태는 반대쪽을 가리킨다. 노동시간은 임금근로자에 못지않고, 플랫폼노동으로 주 생계를 유지한다. 응답자의 주 평균 5.2일, 하루 8.2시간 꼴로 일했다. 압도적 다수가 생계를 플랫폼노동에 의존하고 있었다. 플랫폼 일을 통한 소득이 전부이거나 다른 소득보다 많은 경우가 84%가량이었다. 월평균소득은 평균 152만원가량이었다. 겸업은 5명 중 2명 정도에 그쳤다. 화물운송과 가사돌봄 노동자들은 90%가량이 플랫폼으로만 일했다.

무엇보다 절반 이상이 일감을 여러 번 거부하면 플랫폼이 관리업체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52%). 특히 대리운전은 91%, 퀵서비스는 80%가 그렇다고 답했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플랫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지만, 사실 일하는 시간이 자유롭다는 의미는 많이 제한된다”고 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기 등 보이지 않는 상시 노동을 수행하는 데다, 사실상 일하기 싫을 때 안 하면 하고 싶을 때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장 소장은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고 기술적으로 노동과정을 감시당하며 사후적으로 제재를 받는다. 따라서 노동과정 중 직접 지휘감독만 ‘사용’이라 볼 것이 아니라 사후 통제 등으로 판단 지표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대다수 플랫폼은 사용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사용자를 특정하기 힘든 플랫폼노동을 법으로 보호하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휘·감독에 대한 구속성보다는 노무제공관계를 시작하고 끝맺는 주도권을 주요 판단지표로 삼고, 노무제공이 사업에서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

윤 연구위원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와 같이 최저보수 지급기준을 만들어 플랫폼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영화산업노조-영화제작가협회 단체협약처럼 노동 특성에 맞춘 산업 단위의 단체교섭과 협약을 맺을 것도 제안했다. 산재·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으로는 “개별 사업주를 넘어 공급사슬 관계에 놓인 모든 사업주체를 고려해 연대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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