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경제매체 편집국장이 본인이 출입하는 기업 홍보팀 직원의 메신저상 개인 실수를 기사로 썼다. 이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임을 밝히지 않고 3인칭·익명처리해, 보도 윤리를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비즈온’은 14일 저녁 6시30분께 ‘[취재후] 기자 뒷담화하다 딱 걸린 D제약사 직원’이란 이름으로 기사를 냈다. 기사는 “방학동의 한 제약회사 여직원이 본지 출입기자를 상대로 뒷담화를 하다 딱 걸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일로 해당 기자는 이유도 모른 채 된통 망신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했다.

이 기사는 D 제약회사의 홍보팀 직원이 데일리비즈온 출입기자에 대한 뒷담화 메시지를 실수로 해당 기자 본인에게 보낸 뒤 사과한 사실을 담았다. 기사는 “A씨(홍보팀 직원)는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 잘못이 맞습니다’라고 시인했지만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게 됐다”며 “이 일로 B씨(기자)는 정식으로 D사에 사과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사는 기업은 “D사”, 홍보팀 직원은 “A씨”, 본지 출입기자는 “B씨”라고 익명 처리했다.

▲데일리비즈온 기사 갈무리. 음영처리 미디어오늘
▲데일리비즈온 기사 갈무리. 음영처리 미디어오늘

기사의 ‘B씨’는 작성자인 L 데일리비즈온 편집국장 본인이다. 복수의 언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기사는 L 편집국장이 자신이 겪은 일을 3인칭·익명처리해 썼다. 문제있는 발언이었지만 일개 홍보팀 직원의 실수를 기자 자신의 일임을 밝히지 않고 기사화해 기사를 이용한 사적 보복 시도란 지적도 나온다. 반면 기사 말미엔 ‘#○○제약(익명처리 미디어오늘)’이라고 태그로 D사 실명까지 노출했다. 이 기사는 낮 2시30분 현재 해당 언론사 사이트의 ‘최근 인기기사’에 걸렸다.

작성자인 L 편집국장은 보도 이유를 두고 미디어오늘에 “기사화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데스크가 판단한다.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설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사를 쓰면서 자신을 3인칭·익명 처리한 데에는 “(누가 확인해줬는지) 밝히지 않으면 나도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L 국장은 “기사에 사적 보복이라 볼 지점이 어디 있는가. 납득할 만한 사과라면 (홍보팀 직원이) 메신저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도 했다.

D사 측은 미디어오늘에 “홍보팀에서 일어난 일이 맞다. 회사 차원의 일은 아닌 개인 실수라서 자세히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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