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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아닌 의제를 영입하라
인재가 아닌 의제를 영입하라
[ 윤형중 칼럼 ]

처음엔 무력한 발버둥이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언젠가 큰 변화의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 편이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의 원작 ‘머니볼’을 좋아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원작에서 나름 주목한 인물은 식품공장 경비원이었던 빌 제임스였다. 그는 통계라는 관점으로 야구를 보고, 그 분석을 적은 글로 소소하게 책을 출간했다. 그가 28세인 1977년 스스로 복사하고 스테이플러를 찍어 68쪽짜리 ‘야구초록이란 책을 처음 발간했고, 스포츠 주간지에 작은 1단짜리 광고를 실어 75권을 팔았다. 그게 오늘날 통계로 선수를 평가하고, 야구단을 경영하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고 최근 화제의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변방의 작은 시도가 결국 주류가 된 셈이다. 

▲ SBS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사진=SBS 제공
▲ SBS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사진=SBS 제공

엉뚱하게도 야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당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고,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별 의미가 없어 보여도 그 발버둥이 언젠가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단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바뀌지 않을 듯한 현실은 ‘인물의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정치’와 ‘힘 대결 게임으로 소비되는 정치’이고, 이런 정치가 선거에선 인물과 판세 위주의 정치 행위로 나타난다. 언론도 인물 간의 갈등, 대결 구도로 정치를 조명하고 선거에선 ‘주목 받는 인물’이나 ‘호재나 악재’ 등으로 판세 보도를 이어간다. 정치 중심에 ‘파워 게임’, 선거의 중심에 ‘인물과 판세’가 있는 이유는 정치 때문만은 아니다. 언론과 정치의 공모 결과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가 되어야 하고, 어떤 정치 보도를 해야 할 것인가. 정치 본질로 돌아가면 의외로 쉽다. 정치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규와 재정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다룬다. 그렇다면 이런 권한을 어디에 쓸 것인지,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서 해결이나 개선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선별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담은 정책을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은 ‘법규와 재정의 창의적 조합’이다. 정치와 정치 보도도 어떤 문제가 시급한지 분별해 공론장의 주요 의제가 되게 하고, 그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다뤄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 정치와 정치 보도 모두 안타까운 수준이다. 지난 반년 정도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서 검찰 개혁만이 중요한 의제였는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일부 조정이 그 개혁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냐는 질문들을 해봐도 돌아오는 답이 궁색할 것이다. 

올해가 선거의 해라는 것을 실감하도록 정치권에선 인재 영입 뉴스가 화제를 모은다. 더불어민주당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사회복지 전문가, 전직 소방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스타트업 기업 대표 등을 영입했고, 자유한국당은 목발 짚고 탈북했거나 체육계에서 미투 선언을 했던 인사들을 영입 인재로 발표했다. 정치권에 당사자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다양한 인사들이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영입 인재인 이 분들이 이전보다 나은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응원을 보내지만, 이들의 인터뷰에서 ‘무엇을 문제로 보고 있는지’와 ‘그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담기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장애 당사자인 인사에게서 장애인 처우나 이동권 정도의 이야기는 나올 거라 기대했고, 경력단절 여성에게선 보육 정책 맹점과 대안 등을 기다렸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영입 인재들의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감동적 인생 역정을 소비하는 ‘쇼’로 정치를 왜곡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자신이 무슨 정치를 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실 더 큰 책임은 이제 정치를 시작한 영입 인재가 아닌, 정부와 집권 여당, 거대 야당에 물어야 한다. 2017년 대선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며 지금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체불 임금 제로, 알바존중법 제정,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 소비자 주권을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 등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경제 격차는 점점 커지는 가운데 타다 기사와 같이 사회보험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아지고, 산발하는 일가족의 비극적인 선택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기업에는 여전히 산업재해가 아닌 ‘안전이 비용’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감소하는 출산율 원인을 찾는 일이나 대안을 내는 일에도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가운데) 영입행사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가운데) 영입행사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운데)가 지난해 12월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운데)가 지난해 12월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중요한 의제들도 적잖다. 기후위기 상황에 걸맞은 에너지정책과 환경 정책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가. 적절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보단 서울의 몇몇 비싼 아파트 값을 잡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혐오를 조장하는 문화에 정치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물론 이런 의제를 던지고 해결을 모색하는 것보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발굴하고 알리는 게 선거에서 가성비 높은 전략일 수 있다. 그래도 언젠가 이 인물과 판세 위주 선거를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선거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감동 스토리가 담긴 인재가 아닌 진지하게 의제와 정책을 영입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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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1-18 14:01:30
그대는 여야를 떠나 공약이 잘 지켜진 것을 본 적이 있나(ex 모든 대통령 후보 개헌 공약). 우리가 인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과거를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약속을 지켰는지 지워지지 않는 명확한 데이터가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의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한 사람의 과거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행동패턴을 대충 알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을 판단한다. 공약실천과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나는 불확실한 공약보다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보고 투표하겠다. 그 사람의 과거와 삶을 추적하다 보면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킬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과거 대통령 후보 TV 토론을 보라. 문재인 정부만 개헌 약속을 지키려고 꾸준하게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