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진 대거 물갈이 인사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검찰에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복성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문엔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고발사건 수사에서 핵심 의문점인 청와대 관여여부에 관해서도 분명히 답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주요 현안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그러나 일부 민감한 질문에는 원칙적인 언급만 했을 뿐 질문의 본질은 피해갔다. 지난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낸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 있다’, ‘인사권은 대통령에 있지만 민주주의 원리에서 볼 때 불편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아닌가 하는 시각’을 묻는 이재연 서울신문 기자의 질의에 문 대통령은 “검찰이든 법원이든 정기적인 인사 시기가 정해져있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은 항시 계속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인사는 이뤄져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으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검찰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의 절차와 원칙을 강조한 답변이다.

인사 과정을 두고도 문 대통령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고, 총장은 여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인사의 큰 방향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특수부 출신으로 너무 편중돼 형사 또는 공판 등 여러 직역에서 공평한 발탁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한 데 대한 의견, 승진 대상, 인사대상자 인사평가자료 참고, 수사에 고려할 사항 등의 의견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이 그 의견을 들어 인사를 확정하고 그 인사를 대통령에게 재청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윤 총장이 법무장관이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서 보여줘야만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했다는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하고 검찰총장이 ‘제3의 장소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 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인 권한, 권력 지위를 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 서로 편하게 밀실에서 의견교환이 이뤄졌을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달라진 세상인 만큼 검찰총장의 인사개진과 법무장관의 재청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초 질문은 윤 총장이 취임 직후 배치한 주요 참모를 6개월만에 모조리 교체한 것이 청와대 수사를 계속하는 데 대한 보복성, 수사팀 손발 자르기가 아니냐는 취지다. 인사권이 대통령에 있으며 인사절차를 총장이 따르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했을 뿐 인사 내용에 관한 분명한 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두고 “이 한 건으로 저는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인사에서 제청 방식이나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고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고 했다.

윤 총장의 6개월을 평가해달라는 임명현 MBC 기자의 질의에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이나 과거 권력이나 자신에 관계된 사건에 항상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지 선택적으로 수사하거나 안하면 검찰은 신뢰를 잃는다”며 “윤 총장은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로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다’라고 분명히 인식하면서 국민이 비판한 조직문화라든지 수사관행을 고쳐가는 부분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하명 의혹에는 공공병원 건립이 대선공약임을 강조하면서도 청와대의 관여여부엔 답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 수사 중 사건에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울산의 공공병원(건립)은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때 공약했고, 논의나 문구는 참여정부와 그 이전부터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는 그 과정에서 뭔가 미흡한 일이 있지 않았느냐 하는 부분들을 수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기업은행장 낙하산 인사 비판에는 되레 옳지 않다고 두둔했다.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기업은행장 임명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땐 관치금융이라며 반대했는데, 지금은 임명하느냐는 김지선 KBS 기자의 질의에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 민간은행장들까지 인사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해서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평을 들었다”며 “기업은행은 정부 투자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으로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고,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서 발탁한다”며 “윤 행장이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는데, 내부 출신이 아니라고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늘 좋지 않은 모습을 보게 돼 국민에 상처로 남았는데, 임기 끝난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라는 전영신 BBS 기자 질의에 문 대통령은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으로 끝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실정치에 연관을 갖고 싶지 않고,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끝나고 난 이후의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자신이나 친인척, 측근의 비리 혹은 부정부패 불법 사건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일이 없을 거란 답변이다.

이밖에도 부동산 투기와 전쟁 관련 질의에 문 대통령은 “무슨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은 효과가 먹히다가도 다른 우회적 투기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라며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뭔가 조금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밝혔다. 언론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은 물론 정부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언론도 그 대책이 효과를 본다고 긍정적으로 보면 실제로 효과가 먹히자만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안될 것이라 보도하면 그 대책이 제대로 먹힐리가 없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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