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독일에서 탈핵(탈원전) 정책이 달성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연구가 나왔다고 기사를 냈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모델 국가로 독일을 꼽는 만큼 현 정부의 정책 역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보도다. 관련 부처에선 해당 기사들이 왜곡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현 정부가 공약과 달리 실제 탈핵 정책을 펴지 않아서 조선일보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왜곡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에 자신들 기준보다 소극적으로 나오자 정부 정책을 ‘탈원전’으로 왜곡한 뒤 독일 연구를 인용하며 2차 왜곡한 보도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2017년까지 발전소 17곳 중 11곳을 폐쇄했고 2022년까지 모든 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탈원전 후 석탄발전 급증한 독일…대기질 나빠져 年1100명 더 사망”이란 기사에서 미국 경제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독일 탈원전의 민간 및 외부 비용’이란 보고서 결과라며 “독일이 원전(핵발전소) 공백을 석탄발전으로 메우고 있어 대기오염이 증가해 연간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발전소 감소로 11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연간 120억달러 손실이 났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전미경제연구소에 대학교수 등 북미 지역 1400여 경제학자가 속해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2명을 배출한 민간연구소라고 권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全美 경제연구소(NBER) 보고서 주요 내용 및 평가’란 문건에서 “보고서 원문에는 ‘동 보고서는 연구자 견해로 NBER 공식 입장이 아니며(아직 peer-review 전 단계), 토론 등 목적으로 회람했다’고 적시했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보고서의 한계도 담았다. 발전량·비용 산정에 다양한 가정을 활용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문건에 따르면 신재생 발전량을 측정할 때 ‘핵발전소축소’와 ‘핵발전소유지’ 시나리오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했는데 독일의 핵발전소 감소로 인한 신재생 에너지 증가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에선 ‘핵발전소와 신재생은 대체재이지 보완재가 아니다. 탈핵 없이 신재생 잠재력을 100% 활용할 수 없다’는 독일 녹색당 주장을 함께 인용했다. 또 전미경제연구소 보고서가 비용산정에 활용한 CO2비용 계수, 사망계수, 삶의가치 계수, 사고위험비용 등에도 논란의 소지가 존재한다고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탈원전 독일의 걱정 “전기차 증가로 전력난 닥칠 것”’이란 기사에서 “독일 쾰른대 EWI(에너지경제연구소)가 ‘2030년까지 독일 전체 전력 소비의 6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독일)정부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에 비해 풍력·태양광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독일에서조차 탈원전(탈핵) 정책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에 잘못이 있을 뿐 탈핵 정책 자체를 문제 삼은 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관련 부처는 ‘조선일보 1월9일자 기사 <탈원전 독일의 걱정> 내용 확인 보고’란 문건에서 “정부의 전력수요가 전기차와 히트펌프, 그린수소 생산 등 주요 변수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EWI 보고서는 전력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정부 전망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독일 탈원전 문제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정부의 정책을 ‘탈원전(탈핵)’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신고리 4호 운영을 허가하는 등 실제 설비용량 기준으로 탈핵이 아니라 ‘증핵’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핵발전소 해체 비용 등 준비과정이 미흡해 실제 해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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