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기자네”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로 나선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부터 해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속 4번 질문자로 선정됐다. 극히 드문 일이다.

김 기자는 이번 회견에서 “영화 기생충에 보면 송강호 씨의 대사가 있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런 대사가 있다. 대통령도 국정계획이 있을 텐데. 경제에 관련해서 여쭤보고 싶다”며 올해 경제 성장 목표(물가 및 실업률)와 타다 같은 이해관계 충돌이 벌어지는 사안에 복안을 물었다. 영화 기생충 대사가 등장한 질문이라 주목 받았다.

김 기자는 2017년 8월 100일 취임기자회견에선 “대통령님 떨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 지금도 떨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주시면 훨씬 더 많은 질문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해 회견 참석자들이 일동 웃음을 터뜨렸다. 당시 김 기자는 세제개편안에 대통령 구상을 물었다.

김 기자는 2018년 1월 회견에서도 질문자로 지목되자 “제가 100일 회견 때도 질문 드리고 이렇게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돼서 영광”이라고 말하면서 최저임금 관련 질문을 했다.

김 기자는 두 번 연속 질문자로 선정되고 주목 받자 YTN에 출연해 “누가 질문한다는 각본은 없었는데, 그래도 경제신문에서 한 명, 그 다음에는 방송사에서 한 명, 이러한 식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어떤 그러한 안배는 있어서 지목됐던 것 같고요. 이번에는 그때 했던 것은 백지로 하고 대통령이 직접 지목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월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이 1월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1월 기자회견에서도 연속 세번째 질문자로 지목된 김 기자는 “저희가 시작하기 전에 기다릴 때 음악이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바라는 대로 다 이뤄지면 좋겠다 이런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그 노래 가사처럼 되는 그런 한 해였으면 좋겠다”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하고, 대통령의 해법을 물었다. 그리고 김 기자는 오늘 연속 네번째 질문자로 선정됐다.

문 대통령 회견은 초반(100일 취임기자회견)엔 사회자가 질문자를 지목하는 형식(각 분야별)에서 대통령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각본’없이 진행돼 누가 어떤 내용으로 질문할지 몰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김 기자처럼 과거 회견에서 질문한 기자가 중복돼 지목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한 방송사와 통신사 기자도 이번 기자회견을 포함해 두 번씩 질문 기회를 얻었다. 대전과 경상도 지역 기자도 연속 3번 질문했다.

회견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과거 질문했던 기자가 계속해서 지목 받는 문제는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휘 기자는 통화에서 “대통령 기자회견 좌석이 지정석이 아니고, 빨리 오는대로 앉는데 대통령이 앞자리에 있는 기자들을 많이 지목한 것 같다”며 “기회가 오니까 감사하지만, 경제 관련 질문할 시간이 부족해 아쉽고 질문 못한 기자분들께도 죄송하다”고 했다.

기자회견 앞자리를 청와대 풀기자단 소속 매체 기자들이 선점한다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대통령이 자연스레 앞자리나 양옆을 바라보면서 뒷쪽에 앉은 기자를 지목하는 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다.

현장에서 미처 하지 못한 질문을 서면으로 받아 답하거나 나아가 주요 현안 이슈가 터졌을 때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상시로 주고받은 구조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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