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언론 민낯을 기록하겠다는 목적의 ‘조국 백서’가 나흘 만에 후원 목표액 3억원 모금을 달성했다. 백서 제작에 조국 지지자들 호응이 큰 가운데 스스로를 ‘조국 반대파’로 칭하고 “언론자유가 질식하고 있는 세태를 고발하겠다”는 진보 진영 인사도 나와 주목된다. 

먼저 조국백서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민웅)는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예상치 못한 뜨거운 참여로 나흘 만에 모금을 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총 9329명이 제작 기부에 참여했다. 

추진위는 “조국백서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지명부터 시작된 검찰과 언론의 ‘조국 죽이기’에 맞서 대항했던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백서다. ‘조국사태’는 검찰의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와 이를 받아쓰며 단독·속보 경쟁을 벌인 언론의 합작품이다. 전대미문의 ‘검란’과 ‘언란’, 그에 맞선 시민의 촛불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며 제작 목적을 밝혔다. 

추진위 위원장은 김민웅 경희대 교수, 집행위원장은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후원회장은 방송인 김어준씨다. 

필자는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남국 변호사, 고일석 전 중앙일보 기자,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 이종원 시사타파TV 대표, 임병도(1인미디어 아이엠피터),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이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김민웅 조국백서 추진위원장은 13일 통화에서 “2019년 중·하반기부터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검찰 개혁 선두에 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 개혁을 위한 희생 제물이 된 상황”이라며 “검찰 못지 않게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했느냐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본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는 촛불 시민 요구가 컸다”며 “백서 제작을 통해 역사 기초를 만들자는 차원이다. 이 과정에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 명예가 회복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국 국면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우리 백서가 유일한 백서라고 할 수 없다. 여러 형태 백서가 나올 수 있다”며 “사실과 자료를 기반으로 논쟁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면 모두에 좋다. 이후 사태를 바라보는 서로의 시각이 보강되고 심화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국 전 장관에 우호적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물건(백서)이 나오면 그때부터 새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지혜를 모아 만드는 작업이다. 백서는 의견보다 사실과 발언, 사건 일지를 중심으로 작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금 3억원에 논란도 적지 않다. 작가 공지영씨는 자기 SNS에 “조국 백서 발간에 무슨 3억원이 필요하나. 조국백서는 돈 받아 만들고, 만든 후 수익은 누가. 진보팔이 장사라는 비난이 일어나는 거 해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서 필진인 고일석 기자는 “후원금 총액을 3억원으로 제시한 이유는 1만 권 정도 판매를 목표로 해서 관련 회계를 그 한도 내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고 기자는 “3억원 한도가 채워지면 후원금 모금은 중단하며 발간 이후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은 공익 목적 재단이나 단체, 혹은 사태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누군가 또 진행할 2차 백서 작업 재원으로 기부할 계획”이라며 “필자들과 실무진들에게도 그 한도 내에서만 인세와 비용을 지급하고 그 이상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백서에 찬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률자문을 받아본 결과 백서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고 검찰이 이를 그대로 수사 대상으로 삼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필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소송을 대비한 비용 마련 차원 성격도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유일무오류나 획일적 교과서를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필자들 시각도 각기 다르다. 기본 자료를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향후 새 논쟁의 진전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보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 수정판, 개정판이나 반론을 펴는 백서가 나올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반대파’도 백서를 준비 중이다. 시사평론가 김수민씨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반대파도 백서를 낼 예정”이라며 “찬성파의 백서 내용은 훤히 예측된다. 서초동집회 참여자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실릴 것이고,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 따위의 헛소리들은 다루지 않거나 대충 넘어갈 것이다. 하다 안 되면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들여 전사를 쓰기도 할 것이다. 찬반을 떠나 사실 기록 자체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씨는 13일 통화에서 “그동안 조국 사태에 문제의식을 느낀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믿음이 검증을 대체하는 현상’을 고발하는 백서를 낼 것”이라며 “이번주 어떻게 공론화하고 선언할 것인지 논의한 뒤 구체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조국 일가에 사모펀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김씨와 함께 논의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김씨는 “현재 10여명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명망가를 앞세우기보다 시민 참여를 열고 집단지성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언론자유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한다”며 “조국 수호가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 당시 촛불집회 흐름 연장선에 있다. 새로 들어선 정권도 그들(국정농단 세력)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 똑같이 행동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검찰 수사 보도를 (조국 지지자들은) ‘검찰 발 기사’라며 공격하는데 누가 이야기했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사실인가다.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고 두둔하거나 표창장 문제 하나만 갖고 여러 의혹을 일축하는 행태는 짚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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