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4·15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출연하는 국정홍보 광고를 제작한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다. 청와대는 “통상업무”일 뿐이라며 ‘대통령 출연’을 부인했다.

야당에서 “총선용 광고”, “혈세충 정부”라며 청와대를 비난했지만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방식으로 정책홍보 영상을 만든 사실이 있다. 해당 영상 끝부분엔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도 넣었다. 

▲ 11일 조선일보 5면 기사
▲ 11일 조선일보 5면 기사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1면과 5면에서 청와대 국정홍보기획비서관실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가 예산을 갹출해 국정홍보 영상을 만드는데 여기 문 대통령이 직접 출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30~40초 분량의 광고를 제작·송출하는데 순수 광고 제작비로 2억원, 방송·극장·열차·온라인 등 ‘매체 표출비’로 28억원을 편성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취재 결과 일부 부처는 “그런 홍보비는 예산에 없다”고 했고 청와대와 문체부가 “최대한 성의껏 내라”고 부처들을 독촉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는 문체부·산업통산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에 비용 갹출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총선용 광고임을 부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2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듯 대통령이 나오는 정책홍보 광고라는 근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전혀 검토하지도 않았고 의논조차 해본 바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진행하는 정상적인 정책 업무보고”라며 “모든 것을 총선과 무리하게 연결하는 것의 의도와 이유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 지난 7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지난 7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보수야당은 조선일보 보도 직후 입장을 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황규환 부대변인 논평에서 “기가 막히게 역할까지 나눈 관권선거의 모범답안”이라며 “국민세금으로 대놓고 총선용 광고를 만들겠다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바른미래당은 김정화 대변인 논평에서 “최악의 ‘혈세충(血稅蟲)정부’”라며 “모자이크가 필요한 ‘問題(문제)인 홍보방송’”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야당 반응을 전했다. 야당은 “총선 임박한 시기에 부처예산까지 동원해 ‘현직 대통령 광고’를 내보낸 전례는 거의 드물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박근혜 정부 당시 부처 예산으로 정책홍보 영상을 만들고 대통령 얼굴을 넣은 사례가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2015~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희망나눔 드림인’이란 이름으로 정책홍보 영상 36편을 여러 부처 예산을 갹출해 EBS에게 만들도록 했다. 실무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과 EBS와 일하던 독립제작사(외주제작사)가 맡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행복주택·난임부부 지원·자유학기제 등 박근혜 정부 정책들을 홍보하는 내용의 광고영상이었다. 

실무에 참여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영상이 나가는 입장에서 이왕이면 (대통령 사진도 나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을 직접 보내 영상에 넣도록 지시했다고 미디어오늘에 말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시로 여러부처가 예산을 갹출해 EBS가 정책홍보영상 희망나눔드림인을 만들었다. 해당 영상 뒷부분 갈무리. 화면 오른쪽 위는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실제 영상에 첨부된 대통령 사진이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시로 여러부처가 예산을 갹출해 EBS가 정책홍보영상 희망나눔드림인을 만들었다. 해당 영상 뒷부분 갈무리. 화면 오른쪽 위는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실제 영상에 첨부된 대통령 사진이다.
▲ '주요정책 수혜사례 영상제작 추진계획(안)'을 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구체적인 방송 일정, 영상에 들어갈 사례, 담당 공무원 연락처 등까지 신경쓴 정황을 알수 있다.
▲ '주요정책 수혜사례 영상제작 추진계획(안)'을 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구체적인 방송 일정, 영상에 들어갈 사례, 담당 공무원 연락처 등까지 신경쓴 정황을 알수 있다.

청와대가 지시했지만 실제 계약은 각 부처와 EBS가 맺었다. 당시 홍보수석실 행정관에 따르면 각 부처에서 캠페인으로 정책내용을 만들고 이를 청와대가 종합 관리했다. 

2015년 정책홍보 예산은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금융위원회 등 5개 부처 예산으로 충당했다. 2016년엔 문체부가 일괄 EBS와 계약을 맺었다. 해당 영상에는 예산 약 3억원이 들어갔다. EBS 측이 제대로 된 비용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으니 실제 비용은 그 이상 투입된 셈이다. 

해당 제작사 쪽에서 제대로된 제작비를 받지 못했고, 청와대가 공영방송에 직접 콘텐츠 방향과 제작일정까지 지시한 걸 문제 삼으며 사건이 알려졌다. 제작사 쪽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를 청와대 민원, 국민신문고 등에 ‘부당한 계약’ ‘공영방송의 관영방송화’ 등을 문제제기했지만 현 정부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선 EBS 해명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문제를 덮었다. 최근 청와대 해명대로 “통상 업무”로 본 것일까.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정책홍보 영상을 만들던 시기에도 2016년 4월 총선이 있었다. 최근 조선일보와 일부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전 정부 역시 ‘총선용 매표 예산’으로 ‘총선용 대통령 광고’를 전방위로 뿌린 것이다. 공수만 교대한 채 비슷한 공방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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