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비판했던 현직 판사가 추미애 법무부장관 첫 검찰 인사에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혀 화제다.
김동진(51)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롭게 임명된 추 장관이 행한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내 자신 한 명의 판사로서 심사숙고 끝에 이른 결론”이라며 “나는 이와 같은 대한민국 현실에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글 서두에 “나는 지금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주축으로 한 정권 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의 인사발령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고 쓴 뒤 “여러 가지 정파에 의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정치 권력에 의한 정치적 견해나,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의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온전히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 18세기 프랑스혁명의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좀 더 깨어난 시민의식을 발휘할 것을 호소하고자 한다”며 “어떤 한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인 사고 방식은 시민의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국민적인 합의에 의해 국회가 규정한 법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의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가운데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것이 정치적 상황 변화나 힘의 논리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주도한 검찰 핵심 간부들을 대대적 교체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자 “법치주의는 죽었다”며 “재판장의 입신 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 가득한 지록위마 판결”이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의 이름은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고 김영한씨 업무일지에 등장했다. 업무일지를 보면 2014년 9월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 지시 사항으로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라는 메모가 등장한다. 메모 언급 뒤 수원지법은 김 부장판사가 법관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대법원에 징계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