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英雄氣, 千秋尙凜然. 
천지영웅기, 천추상늠연.

천지에 가득한 영웅의 기세, 천추토록 늠름하구나.

이 글귀는 시진핑이 ‘문서로 하달한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훈장수여식 연설’ 때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시 <촉선주묘蜀先主廟>에서 따왔다. 영웅은 한 민족의 가치를 하늘 높이 찬란하게 반짝이는 뭇별과 같이 만든 존재다. 시진핑은 이 시 구절을 빌어 희망이 있는 민족은 영웅이 없을 수 없으며, 미래가 있는 국가는 선구자가 없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웅들이 조국에 충성하고 보답하는 영광스런 전통이 계속 이어지고 용감하게 희생한 영웅의 위대한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영웅이 민족정신의 고향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대가 되도록 하는 것은 역사가 우리들에게 부여한 영광된 사명이라고 말했다.

국가는 영웅을 지키는 책임을 기억하고 보호해야 한다. 사회의 그 누구도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영웅의 공훈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역사의 기억을 지켜야 한다. 그럴 때 우리들은 영웅들이 짊어졌던 책무를 딛고 새로운 찬란한 시대를 창조하고, 무수한 선현과 열사들이 중화를 진흥시키려는 숙원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天地英雄氣, 千秋尙凜然. 
勢分三足鼎, 業復五銖錢. 
得相能開國, 生兒不象賢. 
凄涼蜀故妓, 來舞魏宮前.
천지에 가득한 영웅의 기세, 천추토록 늠름하구나. 
천하의 형세는 삼분되고, 대업은 오수전을 회복시켰네. 
재상 얻어 능히 나라를 열었으나, 아들은 아버지와 달리 어질지 못했네. 
슬프고 애처롭구나, 촉의 옛 예인藝人이 위나라 궁전 앞에서 춤을 추다니.

유우석은 당나라 말기 시인으로 자는 몽득夢得이다. 유우석은 시인 백거이白居易와 시문을 주고받을 만큼 친해 ‘유백劉白’, 역시 시인 유종원柳宗元과는 교분이 두터워 ‘劉柳’로 불리기도 했다. <촉선주묘>의 첫 연인 ‘천지에 가득한 영웅의 기세, 천추토록 늠름하구나(天地英雄氣, 千秋尙凜然)’의 촉 선주는 소열황제昭烈皇帝 유비劉備다. 이 역사 시는 유비의 공업功業을 찬양하고, 촉한 망국의 역사교훈을 총결하면서 시인의 역사적 시재詩才를 잘 드러내준다. 

▲ 염립본의 제왕역대도권 중 촉주 유비 부분. 사진=위키백과
▲ 염립본의 제왕역대도권 중 촉주 유비 부분. 사진=위키백과

 

‘천지영웅’은 조조曹操가 유비에게 은밀하게 “당대의 천하영웅은 오직 그대와 내가(今天下英雄, 唯使君與操耳)” 아닌가에서 착상했다. ‘영웅기세’는 유비의 업적이 그지없이 크고 길이 빛나고 있다고 추어올린다. ‘늠름하구나(尙凜然)’는 평범한 표현이하지만 뜻은 무궁하다. 유비의 묘당은 위엄이 있고 외경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생전에 풍운을 질타하던 영웅적인 기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작자는 유비의 영웅기세를 찬양하면서도 그가 ‘재상을 얻어 능히 나라를 열었(得相能開國)’으나 ‘아들은 아버지와 달리 어질지 못하다(生兒不象賢)’고 대비시켜 유비가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임용하는 장점이 있었으나 아들 교육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시인은 이로 말미암아 한나라를 부흥시키려던 필생의 사업을 후계자가 무능해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것을 탄식한다. 

그 전에 두보杜甫, 잠참岑參 등 시인들이 모두 촉한 흥망의 역사 시를 썼지만 유우석은 후계자 선택에서부터 배양하는 독특한 시각에서 촉한 망국의 교훈을 총결했다. 당연히 유우석은 목적을 갖고 있었다. 마땅히 당 왕조의 목종穆宗, 경종敬宗 등의 실덕한 혼군 자손을 겨냥해 역사적 교훈을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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