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첫 인사를 하자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을 ‘대학살’했다(조선일보)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청와대·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어 추 장관이 10일 “검찰은 특별수사단 설치 시 장관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를 내리자 역시 다수 매체에선 법무부가 청와대 비호에 나섰다고 비난했고, 한겨레 등 일부에선 조국수사,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 등을 여전히 마무리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선까지 수사를 끌면 ‘정치수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1일 1면에서 문재인 정권이 정권수사에 4중 봉쇄망을 쳤다고 썼다.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 휘하 검찰 간부를 모조리 좌천 시킨 것, 9일 윤 총장 징계 검토 지시, 10일 검찰 직접수사 조직 축소, 총장 직속 수사팀 설치 차단 등 4가지를 ‘4중 봉쇄망’이라고 했다. 3면 “윤석열 허수아비 만들기 작전…장수 날리고 칼까지 뺏는다”에선 “법조계에선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하면 정권 수사는 보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 11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검찰 간부들과 마지막 점심을 하는 모습을 1면 사진으로 썼다.
▲ 11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검찰 간부들과 마지막 점심을 하는 모습을 1면 사진으로 썼다.

추 장관이 9일 국회에서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며 징계를 언급했다. 비판이 나오자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지만 윤 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받아쳤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치 않았던 부분은 유감”이라고 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이라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검찰의 항명”이라며 추 장관 행보에 힘을 보탰다. 

윤 총장이 과거 자유한국당 관련 인사를 수사할 때는 ‘참검사’였다가 이제는 ‘항명’ ‘적폐’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조선일보는 4면에서 추 장관이 2013년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되자 국회에서 “윤석열을 내쳤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애쓴다 수사 책임자를 내친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결과 나오겠나”라고 한 말을 기사제목으로 뽑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검찰개혁을 빌미로 정권 초 검찰을 이용하다 정권 후반기에 검찰 힘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시엔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았다”며 “이런 자세를 지켜달라”고 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권력 핵심부 수사에서 ‘윤석열 찬가’가 멈췄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수사팀 수족을 모두 잘라내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가”라며 “얼마나 지은 죄가 크기에 이처럼 겁을 내느냐”고 정권을 비판했다. 

이날 다른 신문들 논조도 비슷했다. 

국민일보 사설 “윤석열 융단폭격, 이게 검찰개혁인가” 
동아일보 사설 “‘항명’ 논란 부채질하는 靑·여당의 조직적 檢압박”
세계일보 사설 “여권의 檢직제개편·항명몰이로 진실 덮을 순 없다”
서울경제 사설 “윤석열 압박은 검찰 독립성 부정이다” 
문화일보 10일자 사설 “‘항명 몰이’ 혹세무민으로 수사방해 罪狀 덮을 수 없다”

한국일보 오피니언면에는 정부여당 비판과 검찰 비판 목소리가 함께 실렸다. 

사설 “여권의 檢 ‘항명’비판, 선은 넘지 말아야”에서 “이번 사안은 표면적으로 상급기관인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인사 관련 의견 개진 기회를 줬지만 거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간 검찰 인사 관례가 이런 형식논리와 다른 모습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당정청이 일제히 검찰만 비난하고 나선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검사장급 인사 직후 보란 듯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한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민감한 시기의 검찰권 행사는 신속하고 압축적이야 마땅하다”고 검찰비판 의견도 덧붙였다. 

▲ 11일 한국일보 칼럼
▲ 11일 한국일보 칼럼

한국일보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의 칼럼 “윤석열의 ‘자충수’”에선 이번 인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윤 총장이 자초한 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 인사에서 학연·지연 못지 않게 ‘근무연’이 그 이상으로 중요해 소위 누구 ‘라인’이니 ‘사단’이 만들어지는데 지난해 7월 취임한 ‘윤석열 라인’ 역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윤 총장 취임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사퇴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윤 총장이 자기 사람을 대거 심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 논설위원은 “당시 윤 총장 측 인사들로만 대검 지휘부를 채워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묵살됐다”며 “윤 총장이 무리하게 자기 편을 챙긴 데 대한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 11일 한겨레 1면기사
▲ 11일 한겨레 1면기사

한겨레는 1면 ‘징계까지 거론하며…당정 “윤석열 항명” 연일 고강도 비판’에서 정부여당이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중심으로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청와대 측과 검찰 측을 모두 비판했다. 다수 매체에서 청와대 비판에 초점을 둔 것을 고려하면 윤 총장 비판에 방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한겨레는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기류가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검찰 역시 그간의 수사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이 조국 수사,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 등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무리하게 수사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총선이 본격화하는 시점까지 수사를 끌다간 ‘정치수사’란 의혹이 커질 수 있음을 윤 총장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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