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3일 약식 기소된 손석희 JTBC 대표이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손 대표가 아동학대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JTBC 보도 때문이다. 그가 진행했던 JTBC ‘뉴스룸’은 지난해 9월 피겨스케이팅 코치 A씨가 제자인 초등학생들을 폭행하고 수시로 욕설을 뱉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자이크 처리된 아이들의 폭행 증언과 함께 A씨 실명과 얼굴이 등장하는 고발 보도였다. 

아동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손 대표와 JTBC 기자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대리인은 강용석 변호사(법무법인 넥스트로)였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말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공개방송에서 해당 JTBC 보도를 화면에 띄운 뒤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보면 신고인이나 피해자, 가해자에 관한 사안 등 아동학대 사건은 보도를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JTBC가 이를 다 어기고 그대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 손석희 JTBC 대표. 사진=JTBC
▲ 손석희 JTBC 대표. 사진=JTBC

종합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고발 보도로 자기 신원이 특정됐다며 기자와 매체 대표를 고소했다. 검찰은 보도에 A씨 신원을 공개한 것이 ‘아동학대행위자의 인적 사항을 방송할 수 없다’는 아동학대처벌법을 위반한 사례라고 보고 두 사람을 약식 재판에 넘겼다.

문제가 된 ‘비밀엄수 의무’ 조항을 규정한 아동학대처벌법 35조 2항은 다음과 같다.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 방송사의 편집 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아동보호 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 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 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없다.”

아동학대행위자, 즉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과 공범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보도하면 안 된다는 절대적 비밀 유지 의무 조항이다. 이를 위반하면 동법 62조 3항에 따라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손 대표와 기자가 약식기소 처분을 받게 된 근거다. 

JTBC에 아동 폭행 사실과 영상 등을 제보한 이들은 피해 아동 부모들이었다. JTBC 기자에 따르면 부모들은 정식 재판이 열리면 손 대표와 JTBC 기자의 무고함을 호소하는 탄원서 등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JTBC도 정식 재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통해 해당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퉈야 하는지 고심 중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 보도 통제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나온다. 한 방송사 기자는 “해당 법 조항 취지는 가해자 신원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 신원도 노출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것 같은데, 아동 폭력이나 학대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2년 9월 아동학대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안홍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법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검찰, 경찰 등이 관여한 제정법”이라며 “아동학대 등 아동 폭력 가해자 70~80%는 부모다. 그렇다 보니 (부모가 특정되면) 피해 아동이 쉽게 특정되는 문제를 더 엄격히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법 통과 이후에도 부족한 부분을 개정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적 있는데, (JTBC 보도 사례는) 입법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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