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의견청취를 위해 만나자고 했으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부한 문제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장관의 감찰권 행사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요식행위에 그칠 우려가 있었다 해도 윤 총장이 법에 따라 만나자고 한 장관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가 의문이다.

추 장관이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의견을 내라고 전화통화를 하거나 법무부로 오라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윤 총장은 ‘인사위 30분에 인사안도 없이 만나는 것은 요식행위’라며 가지 않았다. 추 장관은 9일 국회 법사위에서도 자신의 명을 거역했다고 표현하는 등 윤 총장의 행동을 문제삼았다.

이 같은 기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추미애 장관의 지난 9일 대화에서도 나타났다. 총리실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검찰 인사 관련 상황을 유선으로 보고 받고 “인사 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시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항명으로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윤 총장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 항명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 장관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제 장관이 국회에 와서 저한테 하신 말씀을 보면 절차를 철저히 지켰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 장관에게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지고 나오라’고 한 요청을 두고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라며 “검찰청은 법무부 외청이고, 검찰총장이 의견이 있으면 법무부장관실에 가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해야지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것은 법무부장관 고유 업무를 침해하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인사는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청사 밖에서 논의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며 “한 시간 이상 전화로 통화했고 인사위가 끝나고도 의견을 얘기하라고 했음에도 그런 절차를 건너 뛴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지금까지 이런 행태를 해와 검찰 개혁 요구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이번을 계기로 자기 혁신을 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인영 같은당 원내대표도 “검찰은 항명할 것이 아니라 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검찰청법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에 관해 제청한다’는 것만 정할 뿐 미리 명단을 작성해 검찰총장에게 전달해야 한다거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서 의견을 전달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의견 제시 요건으로 전혀 정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인사 대상자인 검찰에 인사안이 사전에 유출될 수 있음에도 미리 명단을 제공하고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비밀리에 만나서 논의하자는 것이 훨씬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강남일 차장검사가 10일 오후 점심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강남일 차장검사가 10일 오후 점심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훈 최고위원은 “이번 인사의 의미는 권력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할 일을 제대로 하라는 뜻”이라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수사로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도 인사안을 들고 ‘오라 가라’하는 오만불손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아예 인사권을 넘겨준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조직에 충성하는’ 집단의 무한 폭주를 보게 될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절차를 안지킨 것은 오히려 법무부라고 반박했다. 대검 관계자는 1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추 장관의 의견청취 요청을 윤 총장이 거부했다는 비판에 “법무부가 이번 정부 들어와서도 지켜져 온 장관-총장 간 인사 협의 절차 및 전례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기에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기존 전례와 절차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법무부가 통상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통상적인 절차란 법무부가 사전에 인사안을 마련해 대검에 보내면 이를 검토해 의견과 자료 등을 법무부에 전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법무부가 인사안을 보내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7일 저녁(인사 전날) 구체적 인사안을 들고 오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설명도 없었고, 보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승진대상자 명단도 없었고, 보통 복무평가자료라고 해서 기수별로 책자로 된 내용을 갖고 만들어와야 한다”며 “그래야 대검의 자료와 비교해 의견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4조의 의미는 실질적으로 협의하라는 얘기인데 자료도 없이 만나서 무슨 실질적인 협의를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인사제청권자인 법무부장관이 검찰청법 34조에 따라 의견청취를 해야 하니 일단 만나자고 했으면 만나서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반박하는 것이 의견수렴의 시작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런 추상적 얘기를 할 것이라면 인사 이전에 만난 상견례 때 할 수도 있는데, 하지 않고 이후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인사 당일 저녁 ‘해야할 일을 했다’, ‘맡은 자리에서 각자 열심히 해달라’고 말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를 두고 이 관계자는 “공식 발언 외에는 확인해 드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검찰 인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검찰 인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검찰 인사를 대학살로 규정하며 추미애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한편,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며 반발의 강도를 높였다. 한국당은 1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검찰학살 문재인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여당의 윤 총장 항명 비판을 두고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심 원내대표는 “정권은 검찰 중간 간부에게 2차 대학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며 “정권의 범죄를 수사해온 검사장급 검사들을 좌천시킨데 이어 중간 간부급 검사들도 한직으로 내려 보내 정권 범죄 수사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겠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검찰 대학살 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추미애 장관을 경질하며 국민에게 사과하라”며 “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문재인 심판론은 터져 나와 현명한 국민이 4월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김한표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추미애 장관이 야당 의원 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에게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담당한 윤석열 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며 맹비난을 한 사실을 제시했다. 김 부대표는 “그런 추미애 장관이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을 수사한 검사들을 전부 수사에서 배제시킨 현재 상황을 보고 우리 국민들은 ‘추로남불’이라며 다시 또 조롱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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