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생명은 무엇일까? 공정성, 객관성 같은 것일까? 그러나 공정성이라는 평가 잣대는 공정하기 어렵고 객관성은 객관적이기 어렵다. 조국 지지자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언론은 조국 반대자가 보기엔 ‘기레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생명은 다양성 아닐까? 조국에 비판적인 언론, 검찰에 비판적인 언론 모두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가 부양에 힘썼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관련기사가 무려 70건이 넘는다. 네이버 뉴스토픽 실검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손 회장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 70건이 넘는 뉴스가 사실상 틀린 뉴스다. 자사주란 자기회사주식의 줄임말이다. 그래서 회사라는 법적 인격체(법인)가 ‘자기회사주식’을 사는 것이 자사주다. 회사의 회장이라는 별개의 인격체에는 ‘자기주식’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 기업인과 기업을 언제까지 혼돈해야 할까?

▲ 우리금융지주 로고
▲ 우리금융지주 로고

 

말장난이라고? 자사주라는 용어가 왜 만들어졌을까?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주식이라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발행을 취소하고 미발행 주식으로 만드는 행위다. 그래서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독특한 행위를 따로 명명하고자 ‘자사주’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쉽게 설명해보자. 회사는 주식을 왜 발행할까? 자본금 충당이 목적이다. 주식을 발행한 만큼 돈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자기가 발행한 주식을 자기가 산다? 회사에 들어오는 자본금은 0원이다. 즉, 회사가 자사주를 구매했단 얘기는 그만큼 미발행 주식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회사가 주식을 사면(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식발행량이 감소하니 그만큼 주가가 오른다. 그러나 손 회장이 주식을 사면 주식발행량은 그대로다. 손바뀜만 발생한다. 결국 회사의 자사주 매입과 손 회장의 주식구매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적 행위다. 그래서 손 회장의 주식매입을 ‘자사주’ 매입이라는 주식 부양으로 포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 우리금융이 지난 6일 배포한 보도자료대로 손태승 회장 개인과 우리금융이란 법인을 구분하지 않은 채 손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전한 다수 매체
▲ 우리금융이 지난 6일 배포한 보도자료대로 손태승 회장 개인과 우리금융이란 법인을 구분하지 않은 채 손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전한 다수 매체

 

문제는 “왜 이렇게 틀린 뉴스가 70건 이상 보도되었을까?”이다. 물론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돌렸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자사주’ 5000주를 매입해서 주식 가치를 높였다는 보도자료 말이다. 그리고 그 보도자료를 비판없이 쓰다 보니 발생한 사고다. 그러면 우리금융은 왜 이런 보도자료를 돌렸을까? DLF 사태에 따라 징계가 거론 중인 손 회장이 연임됐다. 연임된 손 회장이 우리금융을 사랑한다는 눈물겨운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면 광고 등의 대가가 올 수도 있음은 짐작 가능하다. 우리금융이라는 금융회사가 사실상 광고비를 들여서 손 회장의 개인 치적을 홍보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금융회사 시스템도, 언론도 아직 후진적으로 보인다.

다 떠나서 이게 뉴스 가치가 있을까? 5000주를 사서 주주가치를 제고했다는데, 우리금융지주 한 주는 1만1000원이다. 5000주 사봤자 5500만원이다. 월급 회장이 사비 5500만원을 들여서 회사주식(자사주는 아니다) 5000주를 산 것이 뉴스 가치가 있을까? 이러한 틀린 뉴스를 70개 넘는 언론을 통해서 만나야 할까?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손 회장의 주식구매와 상관없이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하락했다.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만 호락호락 한 것은 70개가 넘는 언론사가 아닐까? 그리고 위태위태한 것은 언론의 다양성이다. 일개 회사의 잘못된 보도자료 하나에도 취약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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