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사실상 ‘경쟁사’인 대주주 KT로부터의 과도한 경영 지배에서 벗어나 공적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한 사장 공모와 중립적 이사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스카이라이프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KT 임원이 겸직하는 기타비상무이사 3명 등 1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중 KT 전·현직 인사가 6명이다. 4인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도 4명 중 3명이 KT 전·현직 출신이어서 사실상 스카이라이프의 경영진을 KT가 결정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시작돼 2001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으로 설립된 스카이라이프는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 KT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KT스카이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KT는 기존의 사장추천위원회를 폐지하고 주주사 협의로 사장을 선임해왔다. 2018년 7월에는 강국현 당시 부사장을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임명했고, 이후 언론계 안팎에서 강 사장 퇴진과 공정한 사장 공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장지호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 지부장은 9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료방송업계 경쟁이 치열하지만 스카이라이프는 KT가 장악한 이사회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강 사장은 KT 하수인으로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 사장 취임 이후 지난 2년 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1만3000원대였던 주가는 추락해 8000원마저 무너질 위기라는 지적이다. 

▲1월 9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위성방송 공공성 강화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철운 기자
▲1월 9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위성방송 공공성 강화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철운 기자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2020년 KT는 새 사장 선임을 거치며 국민기업으로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위성방송 역시 KT와 지상파방송사가 참여한 국책사업자로 출발했고 난시청 해소와 통일 미디어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스카이라이프 사장 공모를 반드시 재개하고 대주주로부터 중립적인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더이상 위성방송의 공적 역할과 미래를 KT의 이해관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위성방송은 북한까지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가진 중요 플랫폼으로 공적역할을 갖고 있다”며 “유료방송시장이 IPTV와 통신 재벌 독점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위성방송이 별도의 지위를 갖고 공공재 역할 수행해야 하지만 KT는 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만든 이후 가입자를 빼가는 식으로 본사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사장 선임에 있어서도 (2018년) 공모제를 실시한다고 한 뒤 실패하자 부사장 출신을 사장으로 앉히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오정훈 위원장은 “KT 사장이 새로 선임된 이번 기회에 반드시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 이제 KT로부터 중립적인 인사가 경영진으로 와야 한다”며 이번에야 말로 사장 선임과 이사선임이 공정성에 기반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호 지부장은 “회사에 악영향을 미쳐온 대주주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KT 임원인사에서 새 사장을 내려보낼 수 있다고 한다”며 “즉각 사장 공모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언론노조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공모 실시 △주주·시청자위원회·방송언론학계·언론시민사회·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사외이사추천위원회 구성 개선 △위성방송의 자율경영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지금부터 사장 공모와 이사선임 절차를 시작하면 3월 말 주주총회 때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다”며 “주주의 이익만큼 경영의 투명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스카이라이프 주총을 앞두고 노동자에 우호적인 주주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사추위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2년 임기인 사외이사 중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5인 중 3명이고, 현재 1인 이사의 공석이 있어 총 4명의 사외이사를 바꿀 수 있다. 새 이사와 사장을 선출하며 스카이라이프 지배구조를 전환하기에는 적기다. 노조는 그동안 비공개 밀실심사로 진행해온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역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지호 지부장은 “KT에 장악된 현재 이사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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