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찰 인사에 보수언론 강한 ‘반발’

법무부는 지난 8일 저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해 간부 32명이 승진·전보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은 모두 물갈이됐다.

▲ 9일자 조선일보 2면
▲ 9일자 조선일보 2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의견교환 과정도 논란이다. 추 장관은 인사 전 윤 총장에게 ‘인사안’을 내라고 했지만, 윤 총장은 추 장관에게 먼저 달라고 했다. 둘은 인사 발표 직전까지 ‘검찰 인사안을 누가 먼저 제시하느냐’를 두고 반박, 재반박을 이어갔다.

검찰청법을 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한다. 인사 열쇠는 청와대가 가진다. 하지만 2004년 법 조항 제정 후 법무부가 인사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검찰총장 의견을 청취해 왔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부분을 근거로 추 장관이 ‘인사안’을 제시하면 의견을 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 9일자 동아일보 2면
▲ 9일자 동아일보 2면

보수신문들은 ‘독재국가’ ‘인사 폭거’ ‘대학살’이라며 반발했다. 조선일보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고, 동아일보도 인사 폭거라 했다. 중앙일보는 정의가 학살됐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검찰의 반발 등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 서울신문은 다른 입장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지만, 그럼에도 검찰은 ‘공정 수사’를 해나가야 하고, 법무부도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9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 : ‘윤석열 라인’ 물갈이한 추미애 장관
한겨레 : ‘현 정권 수사’ 윤석열 참모진 죄다 바꿨다
서울신문 : 윤석열 사단 전원 교체…‘靑(청)수사 지휘부’ 사실상 해체
국민일보 : 靑(청) 겨누던 검사장들 전원 교체
한국일보 : 추미애 거침없이…윤석열 손발 다 잘랐다
세계일보 : ‘살아있는 권력’ 수사 윤석열 측근 잘랐다
조선일보 : 文(문)정권 수사하는 ‘윤석열 사단’ 대학살
중앙일보 : 검찰 대학살…정권 수사 윤석열 손발 다 잘랐다
동아일보 : 윤석열 측근 전부 쳐냈다

▲ 9일자 조선일보 1면
▲ 9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부터 강했다. 조선일보는 “‘靑(청) 수사’ 막겠다고 검사들 모조리 좌천, 지금 독재시대인가”라는 사설에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수사하자 인사권을 휘둘러 보복을 가하고 강제로 수사에서 손 떼게 만든 것이다.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민주화 운동’ 정권에서 벌어졌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인사에 윤 총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걸 두고 ‘법 위반’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총장이 요구를 따르지 않자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밤중에 일방적으로 인사를 발표해 버렸다.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거스른 인사 폭거”라며 “위헌이 명백한 공수처법을 힘으로 밀어붙이더니 이제 법 위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고 썼다.

▲ 9일자 조선일보 논설
▲ 9일자 조선일보 논설

동아일보도 “산 권력 수사 중인 검찰총장 수족 다 자른 ‘檢(검) 인사 폭거’”라는 사설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이처럼 대대적인 인사를 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폭압적 검찰 인사 참사…정의가 학살됐다”에서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 길들이기다. 윤 총장을 무력화시켜 권력층 수사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속셈이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 9일자 중앙일보 논설
▲ 9일자 중앙일보 논설

한국일보는 “물론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권의 남용과 편파성을 바로잡는 인사는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다수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번 인사로 검찰과의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고 했다.

보수언론들이 법무부의 검찰총장 의견청취 과정을 법무부 잘못으로 정의했지만, 한겨레는 양쪽 모두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했고, 경향신문은 검찰의 ‘항명’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양쪽 모두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사 인사는 법무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사한다. 검찰총장은 의견을 전할 뿐이다. 그게 법이다. 장관이 불러도 총장이 가지 않는 것은 ‘항명’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 9일자 한겨레 사설
▲ 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공정수사 원칙은 흔들려선 안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팀의 지휘부를 바꾼 것은 일종의 수사 방해라는 불만이 작지 않다고 한다. 수사팀 지휘부가 바뀐다고 수사가 잘못된다는 식의 논리는 ‘자기 모독’이다. 지휘부 변동이 수사 결과의 다름으로 나타난다면 그거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썼다.

▲ 9일자 경향신문 사설
▲ 9일자 경향신문 사설

동아 “미국에 동맹국 의지 보일 것” VS 경향 “파병 안 된다”

이란이 8일 새벽(현지시간)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기지에 미사일 22발을 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지난 3일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사령관 사살 당시와 똑같은 시간대에 맞춘 보복 공격인 것. 이로써 미국이 이란과 사실상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

▲ 9일자 경향신문 1면
▲ 9일자 경향신문 1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긴장 상태다.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 군인 파병을 원한다고 밝히면서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저는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지난 7일 KBS 뉴스에 출연한 해리스 미 대사
▲ 지난 7일 KBS 뉴스에 출연한 해리스 미 대사

이란은 미국 본토 공격까지 위협했다. 미국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파병을 신중히 검토하되 동맹 기여 의지를 분명히 보이라고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앞으로 이란이 중동의 석유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파병 규모와 시기, 방법 등을 신중히 면밀하게 검토하되 동명에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동맹의 요청에 뒷걸음질치며 신뢰를 잃는 어리석은 외교로는 국민 생명도 국익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 9일자 동아일보 사설
▲ 9일자 동아일보 사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미국이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면전 가능성까지 감도는 상황에서 우리 군 병력을 보낼 경우 원치 않는 희생만 강요당할 수 있다. 파병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전쟁으로 치닫는 미국과 이란, 한국군 파병 안된다”는 사설에서 “일본도 미국의 파병 요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양측의 전쟁에 끼어들어 국익을 손상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국군 파병에 명분이 없다는 점을 (미국에)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9일자 한겨레 사설
▲ 9일자 한겨레 사설
▲ 9일자 경향신문 사설
▲ 9일자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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