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제작사 키이스트·스튜디오드래곤) 촬영현장의 장시간 노동이 익명 채팅방에 고발된 직후 일부 스태프들 촬영만 갑자기 중단돼 이들이 부당해고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는 “휴식 제공을 위한 긴급 대체 인력 투입으로 부당해고가 아니”라 해명했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A팀 기술스태프(촬영·조명·그립·동시녹음) 23명은 지난 5일 새벽 5시30분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촬영 종료 통보를 받고 철수했다. 현장의 장시간 노동 항의가 ‘방송신문고’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라온 지 약 1시간 후였다. 방송신문고는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관리하는 익명 채팅방이다.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포스터.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포스터.

방송신문고엔 4일 밤부터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시간 오버에 밥 시간 안 지킨다”는 항의 카카오톡이 올라오다 5일 새벽 4시30분부턴 항의가 빗발쳤다. “(일정) 조율 못 하고 스탭들 배우들 고생시키는 거 옳지 않다 생각하기에 남은 날도 이런 식이면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거나 “자살하고 싶어요” 등의 글이다. 당시 16시간 연속으로 일하던 스태프들은 5일 일정을 감안할 때 수면 시간이 1~2시간 밖에 나지 않았다. 5일엔 12시 점심식사 후 광화문에 소집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8일 마지막회 촬영까지 출근하지 못했다. 5일엔 조감독이 촬영 일정 취소를 공지했다. 이들은 이후 지금까지 어떤 촬영 일정도 전달받지 못했고 일정 취소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일부 스태프는 이 과정에서 선임 스태프로부터 ‘해고됐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해고 논란은 일부 스태프들 촬영만 중단된 사실이 확인되고 불거졌다. 현장엔 대체 인력이 투입되고 있었고, 기술팀을 제외한 연출, 제작, 소품, 분장, 의상팀엔 대체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고발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입말까지 번지며 논란은 확산됐다. 누가 글을 썼는지 질문을 받은 스태프가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스태프 사이에서 연출감독이 방송신문고에 글을 쓴 고발자를 찾고 있으며 제작사 측에 그와 같이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5일 새벽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 '방송신문고' 갈무리
▲지난 5일 새벽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 '방송신문고' 갈무리

제작사는 이와 관련 “‘부당 해고’는 아니”라며 “계약도 유효하고 임금도 정상적으로 지불됐으며, 휴식 시간 제공을 위해서 급히 대체 인력을 충원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제작사는 “첫 촬영 시작 이후 3주 정도 날씨 등의 이유로 휴차가 많이 생겼고 이 때문에 스케줄이 밀리게 됐다. 과도한 일정으로 무리를 빚게 된 점 죄송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사 관계자는 ‘색출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니”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다, 색출을 하면 반발과 비난이 나올 게 뻔한 데 그럴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장 스태프들은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단 입장이다.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노동시간 초과에 따른 대체 팀이라면 촬영상황을 해고된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체스탭 공지방(카카오톡방)에 올려야 하지 않느냐”며 “대체 팀에 대한 사전 언급과 설명은 전혀 없었다. 지금 현장에 남은 주당 노동시간을 초과한 다른 팀들이 기술스태프 부당해고에 대한 반증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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