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절차를 두고 추 장관의 법무부와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법에서 정한 ‘협의’를 서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서로 장문의 입장문을 내놓는 등 조직적 투쟁 양상이다.

법무부는 이날 낮 기자들에 내놓은 입장문에 “추 장관이 이날 오전 출근 직후부터 검찰인사 관련 검찰총장을 대면해 직접 의견을 듣기위해 검찰총장에게 일정을 공지한 상태”라며 “법무부 장관은 제청 전까지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인사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추 장관이 검찰인사 직무를 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며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이 8일 오후 반박성 입장을 내 사실상 윤석열 총장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려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대면 일정을 공지했다는 설명에 “어제(7일)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 취임 인사를 다녀온 직후 법무부로부터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내일 오전까지 법무부로 보내달라, 아직 법무부 인사안은 마련된 것이 없다’며 인사 원칙이나 방향을 포함한 인사안의 제시 없이 막연히 검찰의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윤 총장이 “검사 인사의 주무부서인 법무부 검찰국(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10조)에서 검사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 그 안을 토대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은 후 인사 협의가 끝나면 대통령께 제청하는 것이 법령과 절차에 맞다”며 “법무부에서 준비 중인 인사안을 먼저 보내주시면 검토 후 의견을 드리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대검은 “그러나 법무부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면 협의를 거절하고, 법무부 인사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인사안 제시도 거절했다”고 썼다. 대검은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법무부가 인사 시기·범위·대상·구도 등 인사 방향에 관한 내용도 전혀 대검에 알려오지 않아 대검이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그 직후, 19시30분경 법무부가 대검에 연락해 ‘법무부 인사안이 있으니 내일(1월 8일) 오전까지 검찰과장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알려왔다”며 “대검 차장검사는 21시가 넘어서야 법무부로부터 다음 날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8일 오전 10시30분까지 법무부로 호출한 점을 들어 11시 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다시 입장을 내어 반박했다.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 보내라고 요구한 일이 없다는 반론이다.

법무부는 ‘알림 정정’ 공지를 통해 “법무부가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법무부로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8일 대검 검사급 인사 관련 의견제출 요청 업무연락과는 별도로 추미애 장관이 검찰인사안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이날 ‘장관실에서 10시30분경 면담’을 9시30분경 통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검사 인사안이 원칙적으로 제청권자인 법무부장관과 의견을 제출할 검찰총장 외에는 보안을 요하는 자료이며 △법무부장관을 직접 대면해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것이 대검의 요청사항이고 △인사대상일 수 있는 간부가 검사 인사안을 갖고 대검을 방문하는 것이 부적절한 점을 고려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과 대면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그런데도 윤석열 총장이 면담시간(10시30분)까지 오지 않아 장관이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법무부에 있으면서 검찰총장이 검사 인사안 의견을 제출하도록 조치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또 ‘인편으로 인사안을 전달해주고 제3의 장소에서 면담하자’는 대검의 요청을 두고 “법률에 따른 의견청취 절차를 법무부 외 제3의 장소에서 해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으로부터 직접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조치한 점 등의 입장을 대검에 다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이 인사제청권 행사 전 검찰총장 의견을 듣기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총장은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20일 백아무개 수사관 빈소에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20일 백아무개 수사관 빈소에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검은 다시 재반박입장을 냈다. ‘검찰에게 인사안을 먼저 보내라고 하지 않았다’는 법무부 반론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대검은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법무부로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는 법무부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검은 “어제(7일) 퇴근 시간 직전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법무부에는 아직 인사안이 없으니 총장이 검사장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서 내일 오전까지 보내달라’고 요청받았다”고 썼다. 대검은 검찰총장의 검사인사 의견 개진이 검사의 구체적 보직에 관한 의견을 내는 것이므로 법무부가 먼저 기본적인 인사 계획을 정해 개별 검사의 구체적 인사안을 만든 후에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백지상태에서는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검은 윤석열 총장이 현재까지 이런 구체적 인사안을 법무부로부터 전달받거나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며 법무부가 이런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면 충실하게 검토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안을 내라고 했느냐 안했느냐, 법무부가 먼저 인사안을 내야 하느냐 검찰이 내야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34조의 1항의 해석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대목을 충족시키기 위해 윤 총장의 의견을 내라고 하고 있는 반면, 검찰총장은 인사안을 추 장관이 먼저 공개하면 그 때 ‘분명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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