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층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연합뉴스가 엉뚱한 폭발 장면 사진을 썼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소재한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이란이 12발 이상 미사일을 발사했다.

관련해 연합뉴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언론에 공개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며 공중에 화염이 휩싸인 한 장의 사진을 보도했다. 마치 이라크 주둔 공군 기자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폭발한 생생한 장면인 것처럼 사진을 보도했지만, 관련 사진은 이번 미사일 공격과 전혀 상관없는 사진이다.

지난해 11월15일 BBC 뉴스는 AFP 출처로 표기한 한 사진을 실고 “이스라엘에서 로켓이 발사된 후 가자지구가 더 많은 공습으로 타격을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아스라엘-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상황의 사진이라는 것이다. 연합이 보도한 사진과 정확히 일치한다.

▲ “이란 혁명수비대가 언론에 공개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고 사진을 실은 연합뉴스.
▲ “이란 혁명수비대가 언론에 공개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고 사진을 실은 연합뉴스.

결국 연합뉴스는 8일 오전 “미사일 공격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불상의 폭발 장면으로 이란 공보부 확인결과 이번 공격 관련 사진이 아닌 자료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애초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는 설명을 불상의 폭발 장면으로 수정한 것이다.

연합뉴스는 해당 사진에 대한 설명을 바로잡았지만 연합뉴스와 전재를 맺고 있는 매체들은 모두 오보를 냈다.

대표적으로 중앙일보는 “탄도미사일 못막은 美패트리엇···일각선 ‘北, 이란에 기술 전수’”라는 기사에서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고 설명을 단 연합뉴스 사진을 그대로 실었다. 한겨레는 해당 사진을 실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고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이 밖에 한국일보,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등도 관련 사진을 실었다.

▲ 지난해 11월15일 BBC 뉴스가 보도한 사진.
▲ 지난해 11월15일 BBC 뉴스가 보도한 사진.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번 미군 주둔기지 공격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검증에 철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력 충돌 장면의 경우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이미지가 크고, 상대 진영에서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한 전략이 개입될 수 있어 제공 받은 사진에 대한 검증은 필수다.

관련 사진은 지난해 중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스라엘-가자지구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연합뉴스 데스크 과정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사진부 관계자는 “이란-테헤란 특파원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란혁명수비대로부터 이번 미사일 공격과 관련한 사진을 제공 받았다는 보고를 받아 이대로 나가도 되느냐고 확인을 했다. 그런데 다른 외신에서 관련 사진을 쓰지 않고 있는 게 이상해서 외교 공식 라인인 이란 공보부에 확인한 결과 과거 자료 사진이라고 답을 듣고 관련 사진 설명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연합뉴스는 바로 사진 설명을 수정하고 전재 계약 매체에 대해선 일일이 전파해 사실관계를 알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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