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부터 지난해 2월말까지 ‘인터넷 표현 규제’와 관련한 의원입법안은 29개 법률에 걸쳐 모두 139건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절대다수인 128건은 기존 법의 일부 개정안이었고, 새로운 법 제정안은 3건이었다. 

언론학회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는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넷 표현에 대한 20대 국회 의원입법 평가 세미나’에서 139건의 의원입법 발의안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법률별로 살펴보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전체의 40%가 넘는 59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직선거법과 신문법이 각각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론 개인정보 보호법(6건), 언론중재법(5건), 전기통신사업법(5건), 전자상거래법(3건), 5·18특별법(3건) 순이었다. 

의원별 발의 건수는 김성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6건을 발의해 가장 많았다. 인터넷 표현규제 법안을 3건 이상 발의한 국회의원은 모두 18명이었다. 18명의 의원들은 68건을 발의해 전체 139건의 절반에 달했다. 이들 의원들 소속 정당은 한국당이 9명, 민주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 순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인터넷 표현규제 법안 발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 법안별 의원입법 발의 표(오른쪽)와 의원별 발의 표(가운데) 그리고 주제별 분류 표. 표=안혜나 기자
▲ 법안별 의원입법 발의 표(오른쪽)와 의원별 발의 표(가운데) 그리고 주제별 분류 표. 표=안혜나 기자

월별 입법 발의 시기는 ‘2018년 4월’에 가장 많은 18건을 기록했다. 포털사이트 뉴스댓글 여론조작 ‘드루킹 사건’ 직후와 일치한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은 인터넷 표현규제 법안을 대거 발의해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불법유해콘텐츠(37건), 포털규제(28건), 허위조작정보(24건), 미디어(15건), 선거법(13건), 개인정보(12건), 매크로(7건), 지능정보기술(3건) 등 모두 8개로 나뉜다. 

웹하드나 음란정보, 음주운전단속앱 등 ‘불법유해콘텐츠’를 다루는 법안은 37개로 가장 많았다. 이들 법안은 불법정보나 혐오·차별·비하 표현 유통으로 생기는 사회문제를 방지하고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내용이 주다. 그러나 불법정보 정의가 모호하고 객관적 기준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보통신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두 번째로 많은 법안 그룹은 기사배열 등 ‘포털뉴스를 규제’하고 포털에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28건)이었다. 이들 법안은 포털의 여론 왜곡과 조작을 막으려고 기사배열·수정을 금지해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는 게 주다. 이 역시 정보통신사업자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보기에 따라선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세 번째 그룹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규제 법안(24건)이었다. 이 법안들은 허위 사실을 진실처럼 믿게 하는 가짜정보의 유통을 막으려는 게 주다. 이 역시 과도한 규제나 사전검열, 표현의 자유 제한, 규제대상의 모호성 등을 지적 받았다. 

네 번째 그룹인 ‘미디어 관련 법안’(15건)은 방송과 통신 융합 등으로 새롭게 형성된 서비스영역에서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발의됐다. 

139건의 법안을 규제 대상별로 나누면 이용자 직접 규제가 37건이었고, 인터넷사업자 규제는 85건이었다. 나머지 17건은 둘 다 규제하는 법안이었다. 

139건 가운데 각 상임위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가 첨부된 법안은 119건이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법안 심사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한국언론학회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는 119건의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분석했다. 검토보고서 분석과 함께 법학과 언론학, 변호사 등 7명의 전문가 평가를 곁들였다. 전문가 위원회에는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 불법 콘텐츠. 사진=gettyimagesbank
▲ 불법 콘텐츠. 사진=gettyimagesbank

그 결과 미디어, 선거법, 불법유해콘텐츠 관련 법안이 상대적으로 더 긍정 평가를 받은 반면 포털뉴스 규제나 매크로프로그램 관련 법안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처벌 위주의 강한 규제를 담은 법안은 대체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인터넷에서 올바른 표현을 권장하는 교육을 장려하거나 정보제공에 초점을 맞춘 법안들은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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