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계 배달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기업결합심사서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출하자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DH가 이미 국내 배달앱 2·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 플랫폼노동자(배달노동자), 소상공인단체들, 민생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일부 경제지·보수지들이 ‘총선을 앞두고 쇼 벌이냐’며 기자회견도 하기 전에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며 회견장에서 다음 기사들을 문제 삼았다. 

與 이젠… 사기업 ‘배민’ 매각까지 간섭 (4일 조선일보)
타다금지법 주도한 박홍근…혁신경제 ‘배민’에 딴지 (4일 매일경제)
“배달의민족 합병 반대” 딴지거는 與 (4일 서울경제)
與 을지로위 배달의 민족 발목잡나 (3일 머니투데이)

▲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삼은 기사들. 위에서부터 4일자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기사. 조선일보는 부제목에서 '업계 "총선 앞두고 쇼 벌이나"'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삼은 기사들. 위에서부터 4일자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기사. 조선일보는 부제목에서 '업계 "총선 앞두고 쇼 벌이나"'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특정기업에 매우 편향했을 뿐 아니라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며 “첫째 혁신기업에 대한 맹목적 신뢰, 둘째 신산업과 기존산업간 상생발전전략 부족, 셋째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함 결여, 넷째 을지로위원회의 몰이해와 의도적 왜곡이 가져온 과도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을지로위가 기업결합에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며 정치공세에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배달노동자·가맹점주·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목소리에 (공정위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공정위 다각·심층적으로 검토해 원칙 있게 심사해달라는 말”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아닌 업계 관련자들 목소리에 집중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럼에도 보도는 여당에 초점을 뒀다. 회견의 주요 내용이 배달앱을 사용하는 많은 이들의 민생문제인데, 언론에서 민주당을 강조하면 시민들이 평소 정치성향에 따라 이 사안을 판단하거나 정치공방으로 이해해 사안을 외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은 회견 이후 기사 제목들이다. 

‘배민’합병 딴지 與 “소비자·자영업자·배달노동자 경청해야” (6일 머니투데이) 
배달의민족 M&A 공정위 심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민주당 (6일 한국경제)
타다금지법 이어 배달의민족까지…민주당 신산업 또 막나 (7일 중앙일보)
배달의민족·DH 기업결합, 정치에 또 막히나 (7일 국민일보)

‘부당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정치권’이란 프레임으로 정치공세를 펴 기자회견 취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7일 미디어오늘에 “배달앱 1·2·3위 업체가 합병해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 독과점으로 중소상인들에겐 배달수수료 부담, 배달노동자들에겐 노동여건 악화, 소비자들에겐 혜택 축소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다”며 “일부 보수언론·경제지가 이런 우려보다 ‘국회가 자유로운 혁신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다’는 기사로 핵심을 희석하고 독과점으로 피해 입을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 배달앱 1위업체인 배달의민족(왼쪽), 2위 요기요(오른쪽 위), 3위 배달통(오른쪽 아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기업가치 1조원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 배달앱 1위업체인 배달의민족(왼쪽), 2위 요기요(오른쪽 위), 3위 배달통(오른쪽 아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기업가치 1조원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이 삭제한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보자. 배달앱 기업이 수수료를 올리면 상인들은 결국 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상력에서 밀리는 배달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6~2019년 상반기 18~24세 청년 중 오토바이 배달로 사망한 사람이 청년 산업재해(노동재해) 중 44%에 달했다. 

“배달앱 시장은 연매출 8조원으로 급성장 추세(전년대비 93% 증가)에 있고, 미국 뉴욕과 같은 대도시 못지않게 도심밀집도·인구밀집도가 높아 국내 배달앱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높다. 이런 배경에서 DH가 배민까지 인수하면 파트너사인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판촉비와 광고비, 배달수수료 비용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진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 상인들의 매출의 5%를 부담하는데 (DH가 배민을) 인수했을 때 매출의 10% 이상(부담이) 가능하다고 본다. 장사꾼은 (이윤을) 남기자고 하는 거다. 여러분이 드시는 닭·피자·치킨 배달비용 여러분들이 내야 한다. 얼마나 (수수료가) 오를지 모른다. 호랑이는 자유를 가질 수 없다. 이미 자유를 가졌기 때문이다.” (김경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대표위원) 

“한 기업이 시장의 50%, 세 기업이 75%를 차지하면 독과점이라 이번 배달앱 시장 결합은 원칙적으로 허가될 수 없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을 살린다는 등 이유로 독과점이 창출됐다. 독점이 되면 경쟁업체가 진출하지 못하고 중소상인과 배달노동자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없다. 소비자들도 수수료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은 기업분리명령·계열분리명령 등 독과점 해소방안이 없어 공정위가 더 철저하게 심사해야 한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 변호사) 

▲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날  배달노동자들, 소상공인단체들, 민생시민단체 등이 참석했다.
▲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날 배달노동자들, 소상공인단체들, 민생시민단체 등이 참석했다.

 

“DH 자회사인 요기요플러스는 시급 1000원을 일방적으로 깎았다. 배민 역시 매일 수수료를 바꾸고 패널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노조가) 문제제기해 바꿨다. (이 회사들은) 소비자 정보·배달음식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자 라이더들의 일감을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합병하면 사실상 한국 디지털 전체를 가진다. 음식점상인·소비자·라이더들이 임대료를 내야 할지 모르는 ‘디지털 건물주’가 탄생하게 된다. 공정위가 결합심사 뿐 아니라 라이더들에 대한 불공정행위까지 조사하길 바란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평균 주6일 하루 12시간 이상 비가오나 눈이오나 위험 감수하며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민트색 배달통 라이더들은 회사 구성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가 발전하면서 수평적 관계에서 일방·수직적 관계로 변했다. 합병 소식은 라이더들에게 더 불안함을 줬다. 자칫 사고 한번 나면 생계가 막막하다. 배민이 성장하며 우리 공을 인정해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고 배달대행업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박형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 인천지역대표) 

기업결합 심사에서 관건은 공정위가 시장 범위를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할지 여부다. 한정하면 이번 기업결합을 독점으로 볼 수 있지만 ‘배달 전체 시장’으로 보면 이 중 ‘배달앱 시장’의 비중이 크지 않아 독과점으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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