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신임 기자협회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총장이 한겨레21 기자를 고소했을 때, 기자협회가 나서서 성명을 냈어야 했다”며 “성명에서 더 나아가, 검찰청을 방문해서 항의하는 것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9일 신임 기자협회장으로 당선됐다. 김 신임 협회장은 한겨레 법조팀과 정당팀, 기동취재팀을 거쳐 스포츠팀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언론노조 정책실장 및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2일 첫 일정으로 직원들과 시무식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 신년 오찬에도 참석했다고 했다. 당시 신년 오찬에는 4대 그룹 총수, 정재계 및 정부 인사 등 각계각층 250여명이 초청됐다. 김 협회장은 “기자협회장이 대통령 신년 오찬에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다. 기자협회에 대한 기대나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협회장은 3일 인터뷰에서 △‘기자 자존감 회복’을 위해 적극 행동할 것 △첫 행동으로는 세월호 가족에게 사과할 것 △1인 프리랜서 기자도 기자협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할 것 △기협 축구대회를 ‘가족행사’ 등으로 변화시킬 것을 밝혔다.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동훈 협회장.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동훈 협회장.

앞서 지난 10월11일, 한겨레21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지만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됐다”는 보도를 내놨다. 이에 윤 총장은 명예훼손으로 한겨레21 기자를 고소했고, “취재 과정을 밝히라”고 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은 10월18일 성명을 통해 고소취하를 촉구했지만 기자협회는 조용했다. 성명이 나오지 않았다. 김 협회장은 “당시 성명을 만들기까지 했었지만 결국 외부로 나오지 않았다”며 “(윤 청장이) 제보자 색출을 하고 고소를 하는 것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분개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기자협회 부회장단에 속해있었지만, 부회장은 29명으로 굉장히 많았고 의견을 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며 “일개 부회장은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회장이 된 지금, 이와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에는 다양한 언론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어, 일부 지회장의 반대가 있으면 성명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김 협회장은 “70% 이상의 지회가 공감한다면 회장으로서 책임을 질 것”이라며 “오보라고 하더라도 진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례가 무수히 많다. 기자는 그것에 위축되지않고 기사를 써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고소 사건 외에도 법무부 훈령 개정에 대해서도 나설 일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협회장은 “정부의 대응은 창구를 일원화한다는 취지에서는 공감이 가고, 법조 취재 문화가 일본식 잔재이고 공판 중심주의로 가야한다는 것이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기자들이 취재를 통해 알아낸 사실에 대해 검사에게 확인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까지 제한되는 점은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운동 차 대법원 기자실에 갔었는데, 법조 팀장들이 법조 기사를 쓰기도 바쁜데 법무부에 가서 항의하고, 집단행동을 하느라고 매우 바쁜 모습이었다”며 “매우 안타까웠고 그런 일들은 기자협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김동훈 협회장.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김동훈 협회장.

한마디로 ‘행동하는 기자협회’를 내건 것인데 첫 행동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일로 시작할 것이라 했다.

“언론과 기자가 신뢰를 잃은 출발점은 세월호 참사라고 생각한다. 그때 ‘기레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왔는데 기자 대표가 과연 ‘기레기’ 행위에 대해서 사과를 한 적이 있나. 유족들에게 선거할 때 이야기하러 다닌 게 사과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신뢰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올해 4월16일에 사과를 하려했는데 그때 되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집행부가 구성 되는대로, 1월 안에는 꼭 하려고 한다.”

이러한 협회장의 생각은 이미 협회장 선거 공약에서도 △‘법무부 기자 출입금지 지침’, ‘한선교 걸레질 발언’ 등 부당한 침해 적극 대응 △언론장악 정면 대응 및 언론개혁 실천 △‘기레기’ 비판 정면 대응 및 기자협회 위상 강화 등으로 예고됐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만들어 언론탄압을 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뭉친 것이 1964년 창립한 기자협회“라며 “기자협회의 창립 정체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인 기자를 회원으로 받는 등 기자협회의 문을 더 열 것이라고도 했다. 김 협회장은 “규약에 대해서는 좀 더 들여다봐야 하는데, 기자협회 가입 기준을 인원수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성을 담보한 매체인지, 검증된 매체인지를 따져 1인 프리랜서도 협회 회원이 될 수 있는 방향성으로 나갈 것”이라며 “가입비 문제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협회의 주요 행사인 축구대회를 바꾸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기자협회 축구대회가 변질됐다. 너무 과열됐고 부정 선수 출전이나 강제동원, 응원 동원이 문제가 됐다. 언제부터 축구대회가 ‘1등 언론사’를 가리는 대리전 양상이됐다. ‘축구대회 폐지’라기 보단 ‘지금과 같은 축구대회 폐지’라고 말하는 게 맞다. 좋아하는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바꿀 것이다. 그 방안으로는 지금처럼 3일 동안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넓게 둬서 여러 경기를 즐기게 하고 ‘주말 축구’느낌으로 하면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협회 수익에 대해 물으니 김 협회장은 “축구대회로 수익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찬에 관한 것은 대부분 물건으로 협찬을 받는다.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재미로 즐길 수 있는 축구대회로 만들겠다. 야구대회를 만들어 5년동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볼링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대회를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기사 수정 : 6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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