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준호 경기방송 전무이사가 사직했다. 현준호 전무이사는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한 인물로 지목되면서 경영 투명성 차원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 분회에 따르면 경기방송 사측은 지난 3일자로 현준호 전무이사를 사직처리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방송사 경영에서 배제할 것”, “소유·경영의 분리 및 경영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한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마련할 것” 등 조건을 달아 경기방송 재허가를 승인했다. 사실상 현준호 전무이사를 경영에서 손 떼게 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경기방송은 기존 직제에 없던 신사업추진단을 만들어 현 전무를 신사업추진단장으로 발령내면서 현 전무를 경영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해 꼼수라는 반발이 일었다. 이에 경기방송 분회는 두 차례 성명에서 현 전무이사뿐 아니라 정수열 대표이사의 동반사퇴를 촉구했다. 경기방송 분회는 “신사업추진단의 해외사업과 자회사 업무는 경기방송 보도·제작 업무와 절대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회사의 조치를 ‘현준호 살리기’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후속 조치를 조건으로 내걸고 재허가를 승인했는데 사측이 이를 기만하는 형식으로 처리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예의주시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방송은 3일자로 분회에 보낸 공문에서 “전무이사의 이사 사임에 따라 전무이사 직제를 폐지하고 경영에서 배제”, “신사업추진단 폐지”, “편성심의위원회를 신설하여 편성의 독립성 강화” 등 조직 개편 내용을 알렸다.

신사업추진단장으로 발령낸 것을 철회하고, 현준호 전무이사의 등기이사직 역시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경기방송 분회는 현준호 전무이사가 전무이사직에서 내려오는 것뿐 아니라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사직 처리됐다고 전했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방송 사태가 일단락됐다. 현 전무이사는 지난해 8월 논란의 발언이 폭로된 뒤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했다. 경기방송 이사회는 되려 당시 현준호 총괄본부장을 전무이사로 승진시키면서 그에게 이사회 의결권까지 위임했다.

방통위는 현 전무이사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데도 승인을 받지 않아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봤고, 이사회 의결권 위임 역시 상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방통위는 법 위반 문제에 검찰 수사 의뢰도 검토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현준호 전무이사뿐 아니라 이사회 교체도 요구했다. 현준호 전무이사를 지키려다가 경기방송 전체에 위기를 초래한 셈이다.

방통위 재허가 승인은 났지만, 요구한 후속 조치를 보면 현준호 전무이사를 더 이상 지킬 명분뿐 아니라 실리도 사라졌다. 하지만 경기방송은 신사업추진단을 만들어 단장에 현준호 전무이사를 앉히는 방식으로 조건을 이행했다고 주장해 화를 키웠다.

한편 현준호 전무이사 발언을 폭로해 해고 조치됐던 노광준 제작팀장과 윤종화 보도팀장의 복직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종화 팀장은 “경기방송이 위기에 놓여 있는데 회사 정상화가 우선이다. 그런 부분에 구성원이 힘을 모아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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