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窮節乃見, 一一垂丹靑.
시궁절내현, 일일수단청.

시절이 막다를 땐 절개를 보여, 하나하나 역사에 드리워진다.

이 말은 시진핑이 ‘문서로 하달한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훈장수여식 연설’ 때 남송南宋의 충신이자 문인인 문천상文天祥의 시 <정기가正氣歌>에서 따왔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문천상의 <정기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호방한 투지를 분발시켰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순간에 살신성인殺身成仁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정신적 버팀목이 되었다. 시진핑은 중국인민 항일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장엄한 시간에 이런 영웅적인 기상이 국가전당에 이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도록 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문 성루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문 성루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진핑은 “희망이 있는 민족은 영웅이 없으면 안 되며, 앞날이 있는 나라는 선구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중화민족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수천 수만의 항전 영웅들이 목숨을 바치고 피를 뿌리며, 기세 드높게 영웅적인 서사시를 썼다고 회고했다. 그는 “영웅들은 온 인민이 한 마음이 되도록 분기시켜 외세의 침략과 압박에 함께 저항하는 민족의 각성을 일깨웠고, 이것이 중화민족을 암흑에서 광명으로, 굴욕에서 부강한 힘의 근원으로 나가게 했다”고 밝혔다. 무수한 인민들이 영웅의 발길을 따라 전진하고, 중국몽의 필승의 믿음을 실현하도록 고무시켰다. 오늘날 우리들이 영웅을 숭상하고 영웅을 배우는 것은 바로 이런 정신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신시대 새로운 여정은 평화를 지키고 미래를 열어가 무수한 선현, 열사들이 중화진흥의 이루지 못한 숙원을 실현해야 한다. 이것이 민족영웅에 대한 가장 좋은 기념이며, 영웅정신을 가장 잘 전승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天地有正氣, 雜然賦流形. 下則爲河岳, 上則爲日星. 
于人曰浩然, 沛乎塞蒼冥. 皇路當淸夷, 含和吐明庭.
時窮節乃見, 一一垂丹靑.
…… 
哲人日已遠, 典刑在夙夕. 風檐展書讀, 古道照顔色.
천지에 바른 기운이 있어, 갖가지 형태를 유동적 형체에 부여하니. 땅에서는 강과 산이 되고, 하늘에서는 해와 별이 되었구나. 
사람에게는 호연지기라 불리고, 바른 기운이 팽창하여 푸른 하늘을 가득 메운다. 왕도가 맑고 평온한 시대에는, 그 정기가 조화로운 기운을 머금고 밝은 조정에 토해지나. 
시절이 막다를 땐 절개를 보여, 하나하나 역사에 드리워진다.
……
철인들이 떠난 지 이미 오래건만, 남긴 모범은 여전하구나. 바람 부는 처마 밑에서 책을 펼쳐 읽으니,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나의 얼굴을 밝게 비춰주네. 

문천상은 남송이 원나라에게 항복했으나 계속 저항하다가 1278년 포로로 잡혀 다음 해 원나라 수도 대도大都(지금의 베이징)로 압송돼 감옥살이를 했다. 원 세조 쿠빌라이는 문천상의 재능과 기개를 높이 사 회유했으나 꿋꿋하게 지조를 지켜 굽히지 않아 처형됐다. 그는 감옥에서 지은 오언시五言詩 <정기가>로 아름다운 명성을 후세에 남겼다. 문천상이 총괄적으로 응집한 ‘시절이 막다를 땐 절개를 보여, 하나하나 역사에 드리워진다(時窮節乃見, 一一垂丹靑)’는 것은 시운時運이 어려울 때를 맞아 충신열사들이 숭고한 절개를 드러내 그들 하나하나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정기가>는 이어 역사상 12명의 충신열사의 장렬한 의거를 열거했다. 문천상의 ‘時窮節乃見’ 구절은 남북조시대 포조鮑照의 ‘시절이 위태로우면 신하들의 절개가 드러나 난세는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을 식별한다(時危見臣節, 世亂識忠良)’, 당나라 때 한유韓愈의 ‘선비는 막다를 때 절의를 드러낸다(士窮乃見節義)’와 같은 뜻으로 모두 의지가 굳고 충성스러운 절개를 찬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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