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취재한 기사다. 위에서 아이템 하달한 적 없다. 적폐 청산 때도 (검찰 출입처) 기사 많이 썼다. 내 할 일을 그때와 똑같이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1일 언론을 주제로 한 JTBC 신년 토론회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된 기자. 유희곤 경향신문 기자 말이다. 이날 토론회 패널이 아니었는데 ‘유희곤’ 이름 석 자는 방송과 이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10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방송에서 유희곤 기자의 기사(12월6일자 윤석열 “충심 그대로… 정부 성공 위해 악역”)를 비판한 것과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JTBC 토론회에서 “내가 유희곤 기자를 만나 취재 과정을 들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거(검찰과의 결탁)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토론 쟁점이 됐다.

유희곤 기자 보도는 윤석열 검찰총장 발언을 전한 것이다. 유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전언’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다.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의 무리한 청와대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에 대한 윤 총장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보도였지만 ‘전해졌다’, ‘알려졌다’ 등 전언 형식 보도라는 점에서 기사 신뢰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 지난 1일 방송된 JTBC 신년 토론회. 사진=JTBC 화면 갈무리.
▲ 지난 1일 방송된 JTBC 신년 토론회. 사진=JTBC 화면 갈무리.

대표적인 곳이 유시민 이사장의 ‘알릴레오’였다. 지난해 12월10일자 라이브 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여러분 포털에 유희곤 기자 기사 검색을 해보세요. 무지하게 재밌다. 검찰 발 기사를 정말 오랫동안,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충실히 검찰 입장에서 정말 많은 기사를 써줬다. 너무 깜찍할 정도로 윤석열 총장을 띄우는 기사들”이라고 말했다. 패널로 출연한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는 ‘추측’을 전제로 데스크·간부들이 유 기자에게 기사를 대신 쓰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유 기자나 경향신문을 이용해 여론을 떠보는, 즉 정치적 의도가 있는 기사라는 해석이다. 경향신문 보도와 알릴레오 방송 이후 지금까지 유희곤 기자는 ‘검찰과 결탁한 기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JTBC 토론회에서 유 이사장과 알릴레오의 의혹 제기를 ‘음모론’으로 일축했다. 그는 “검찰과 유착돼서 (기사를) 받아먹고 그걸 하나 주면 데스크에서 물어다줄 거라는 둥 음모론을 폈다”고 비판한 뒤 패널들에게 “여러분들은 유희곤 기자를 만나는 봤느냐”고 되물었다. 최소 ‘취재’는 하고 의혹을 꺼내라는 비판이기도 했다.

진 전 교수가 유 기자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사실 보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지만 진 전 교수 말대로 “알릴레오가 취재해서 기자와 검찰의 유착 관계를 밝힌 사실은 없다.”

유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논란이 된 자신의 윤석열 발언 보도에 “내가 직접 취재한 기사”라며 온라인에 떠도는 음모론을 일축했다.

유 기자는 “적폐 수사 보도 때처럼 나는 내 할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누구든지 공적 인물 비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이 취재해서 사회부 차장, 사회부장, 사회 에디터, 편집국장 승인을 거쳐 나온 기사인데 어떻게 기사 거래나 결탁이 있을 수 있느냐는 반박도 덧붙였다. 윤 총장 측근 등을 취재한 이 기사에 검찰 쪽의 ‘오보 대응’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 대선까지 그가 보도한 80여개 기사 다수는 국정농단 주범들을 겨냥한 특검 및 검찰 수사 기사들이다. “헌정 유린 ‘막장 드라마’… 진짜 주인공은 박 대통령”(2016년 11월12일자), “검은손들의 국정농단… 일그러진 권력의 민낯 들추다”(2017년 3월1일자) 등의 기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윤 총장 발언을 기자가 직접 듣고 녹취까지 확보한 완벽한 기사라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번지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출입 기자가 윤 총장과 독대하거나 환담을 나누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직접 독대하지 않은 주변 취재라도 크로스 체크 등을 통해 기사 가치가 있는, 확인된 내용이면 보도 가능하다. 그 과정을 거쳤지만 오보라면 기자와 매체에 정정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 

유 이사장은 진 전 교수 공격에 “저는 유희곤 기자가 거짓말을 썼다고 한 적 없다. 대체로 검찰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기사를 써왔다고 비평한 것”이라고 했다.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지금도 온라인에는 기자를 조롱하는 글들이 박제돼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