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재원으로 쓰이는 수신료를 결정할 기구인 ‘수신료위원회’ 설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파성 때문에 수신료 결정구조 자체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아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31일 낸 ‘입법과 정책’ 중 ‘공영방송 TV수신료 결정 절차 개선을 위한 입법과제 고찰 : 수신료 위원회 설치를 중심으로(봉미선·신삼수)’에서 2000년 이후 20대 국회까지 발의한 수신료위원회 설치 입법안을 기초로 분석했다. 해당 기간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허원제 새누리당 의원, 노웅래 통합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수신료는 지난 1961년 마지막날 국회를 통과한 ‘국영TV방송사업 운영에 관한 임시조치법 시행령’에 따라 ‘시청료’란 이름으로 월 100원씩 징수하기 시작했다. 1981년 컬러TV시대가 오면서 컬러TV수상기 보유자들에게 월 2500원씩 걷었다. 

전두환 정권 하반기인 1985년 KBS시청료 거부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했고 방송사 노조 결성, 방송민주화의 계기가 됐다. ‘땡전뉴스’가 상징하는 독재정권찬양으로 KBS의 신뢰가 하락한 탓이다. 2000년 통합방송법을 제정하면서 수신료를 KBS 뿐 아니라 EBS도 지원받기 시작했다. KBS가 2004년, 2007년, 2010년, 2013년 수신료 인상을 제안했지만 이사회나 국회 승인을 얻지 못했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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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기준 공영방송 재원 가운데 TV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KBS가 46.0%, EBS는 7.4%를 차지했다. 

과거 수신료 연구들을 보면 KBS 최고의결기구인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결정하는 절차나 기준이 없고, 수신료 사용기관인 KBS가 자체 산정한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결정할 때 객관성 문제가 있다고 봤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수신료 금액산정 관련 특별한 절차나 역할이 없어 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신료를 최종결정하는 국회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특히 정파성의 문제가 있다. 이에 KBS이사회, 방통위, 국회 등 세 단계를 모두 통과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를 결정할 때 정파성을 줄이려고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천 의원은 방송위원회 안에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서 심의·의결한 뒤 방통위를 거쳐 국회 승인을 받는 구조다. 18대 국회에서 이 의원은 독립적인 수신료산정위원회에서 수신료를 심의·의결하자고 제안했고, 허 의원은 대통령 직속 수신료산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대 국회에서 노 의원은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를 국회의장 산하에 두자는 안을 대표발의했다. 

크게 보면 수신료위원회를 규제기관(현 방통위) 안에 둘 것인지, 국회 안에 둘 것인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로 둘 것인지 차이다. 

▲ 방송법 개정 입법발의안 분석대상.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 방송법 개정 입법발의안 분석대상.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입법과 정책’을 보면 KBS 내부에 수신료를 결정하고 처리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지만 KBS 관련 기구로 만드는 안은 적절하지 않다(강형철, 2004)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투명성·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해 수신료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신료위원회를 국회 소속으로 하면 입법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문제가 되는 정파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수신료 책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위원을 구성할 때 여야 몫을 안배할 텐데 정파 갈등이 극심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에선 공영방송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 콘텐츠 논조 등을 문제 삼으며 수신료 인상 반대를 주장해왔다.  

수신료위원회를 규제기구 산하에 둘 경우 업무 연관성이 생겨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기구의 공영방송 지배력이 과해질 우려가 있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위원회 등 현재 방통위 소관 위원회들은 모두 방통위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신료위원회도 이렇게 방통위 하부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립기구로 만들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방통위와 업무가 충돌할 우려가 있고, 정부 조직에서 분리할 경우 업무 효율성, 규모의 경제 등에서 불리할 수 있다. 

‘입법과 정책’에선 방통위 내 특별위원회 형태로 설치하는 안을 추천했다. 방통위 산하에 둘 때 발생한 장점을 취할 수 있어서다. 대신 방통위 상임위원이 수신료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게 해 정파성을 탈피하면서 운영의 독립성을 높이자고 했다. 

연구팀은 “시청자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하는 방안이 적합하며 공영방송 이사 수 수준(9~11인) 체제가 바람직하다”며 “위원회의 역할은 수신료 산정·배분·징수·집행 감시 등에 집중하고 경영 책임은 각 공영방송사 이사회와 집행부에 맡기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수신료 결정구조를 제도화해 글로벌 OTT가 급속히 파고드는 상황에서 한국 방송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모바일로 급속하게 전환되는 이용자행태 변화에 공영방송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현재 수신료 인상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KBS와 EBS가 과연 공영방송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다. 먼저 공영방송이 신뢰를 보이는 게 전제라는 뜻이다. 이후 정파성에 휘둘리지 않는 수신료결정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별도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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