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 합동인사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일자 9개 중앙일간지는 진보와 보수 등 이념성향에 관계 없이 대통령의 이 말을 대부분 1면에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에 “대통령으로서 권한 다해 권력기관 개혁하겠다”는 제목으로, 경향신문도 이날 1면에 “헌법에 따른 대통령 권한으로 권력기관 개혁 멈추지 않겠다”는 제목으로 대통령 발언을 직접 인용했다.

한국일보는 유일하게 이 내용을 1면에 싣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일보도 이날 2면에 “권력기관 개혁에 권한 다할 것”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을 담았지만, 기사 제목과 방향은 다른 신문과 달랐다. 조선일보의 3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은 “秋 임명한 날, 검찰 ‘秋 선거개입’ 수사”였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날, 검찰이 추 장관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
문 대통령 “검찰 최종 감독자는 추미애” / 중앙
“대통령으로서 권한 다해 권력기관 개혁하겠다” / 동아
“권력기관 개혁 위해 대통령 권한 다할 것” / 국민
“권력기관 개혁 지속… 법무장관이 檢 최종 감독” / 세계
文 “헌법 따른 권한 다해 권력기관 개혁할 것” / 서울
문 대통령 새해 일성 “권력기관 개혁 멈추지 않겠다” / 한겨레
“헌법에 따른 대통령 권한으로 권력기관 개혁 멈추지 않겠다” / 경향
“권력기관 개혁에 권한 다할 것” / 한국 2면
秋 임명한 날, 검찰 ‘秋 선거개입’ 수사 / 조선

검찰은 2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추 장관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정아무개 씨를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조선일보는 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검찰이 이날 소환해 조사한 정씨는 2018년 1월 울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던 송 시장을 청와대 장모 행정관과 연결해준 인물로 알려졌다”며 “검찰은 송 시장과 장 행정관이 만난 자리에서 울산 공공병원 건립 등 송 시장의 선거 공약 관련 협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추 장관 밑에 있던 사람이 이런 ‘특혜성 지원’이 이뤄지도록 도왔고 추 장관의 의중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소환 조사를 받은 “정씨는 그해 5월 송철호 선거 캠프의 정무특보로 합류했었다. 부산 출신인 정씨는 원조 친노로 문 대통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3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 3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대부분의 아침신문이 ‘권력기관 개혁에 대통령으로서 권한 다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에 주목했지만, 조선일보는 추 장관과 검찰의 갈등에 집중했다. 검찰이 추 장관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 간부를 소환해 조사한 건 곧 검찰 수사가 청와대와 대통령으로 향한다는 걸 예고한다.

조선일보는 이런 추론 하에 ‘불법 의혹 받는 文 대통령의 검찰 비난, 수사 무력화 시동’이란 사설도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울산 사건을 “청와대의 선거 공작”이라고 불렀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문 대통령을 뽑은 것은 법을 지키라는 것이었지 선거 공작을 하고 측근 비리를 뭉개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법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지만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당장 추 장관이 대대적 검찰 인사를, 윤 총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청와대로 확대하면서 첨예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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