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부조리 고발하고 세상 등진 기수… 언론은 침묵
마사회 부조리 고발하고 세상 등진 기수… 언론은 침묵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

지난해 11월29일 한국마사회 소속 경마 기수 고(故) 문중원 씨가 마사회 내부의 부조리와 부정부패·갑질을 고발하고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유족 측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장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민대책위가 출범하고 세종로 정부 청사 앞에 시민분향소가 차려지는 등 마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시민사회계의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조리와 부패를 호소하며 사람이 죽었지만 언론은 침묵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국민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에는 이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이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 문중원 씨가 사망한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약 한달 여간 신문과 방송보도 건수를 살펴봤습니다. 

먼저 6개 종합일간지의 지면보도를 살펴보면 경향신문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겨레가 5건으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한국일보 2건, 동아일보‧조선일보·서울경제·한국경제는 1건이었습니다. 중앙일보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신문인 서울경제‧한국경제의 지면보도도 고작 각 1건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네이버에 송고된 방송보도량도 살펴봤는데요. MBC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YTN 4건, JTBC 3건, SBS 2건, MBN 1건이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지난해 11월29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고(故) 문중원 씨 사망 사건 관련 신문·방송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해 11월29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고(故) 문중원 씨 사망 사건 관련 신문·방송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고(故) 문중원 씨는 어떤 의혹을 제기한 것일까

우선 사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고 문중원 씨는 유서에서 마사회의 부정행위와 불공정한 과정 때문에 조교사 자격증을 따고도 마방(말을 훈련하고 관리하는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현행 경마 제도에 따르면, 개인 마주로부터 말을 위탁받은 조교사가 마필관리사와 기수를 고용해 마방에서 말을 관리하고 경주에 출전시킵니다. 마사회는 심사위원회를 통해 마방을 조교사에게 배정합니다. 기수였던 문 씨는 보다 안정된 생활을 위해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4년 넘게 마방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문 씨는 자신보다 늦게 조교사가 된 후임이 마방을 배정받는 것을 보면서, 마사회 내 불공정‧부정행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문 씨는 유서에 “마사회에 밉보이면, 높으신 양반하고 친분이 없으면 안 되는 거지같은 경우”라고 적었습니다. 또, 마사회 내부의 부정 경마 의혹과 갑질도 폭로했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조교사의 부정 경마 지시를 거부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고 섰습니다. 또,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탈 기회를 얻을 수 없어 저항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12월21일 문중원 열사 유가족과 함께 ‘선진경마폐기!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문중원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렛츠런파크 서울 정문 앞에서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12월21일 문중원 열사 유가족과 함께 ‘선진경마폐기!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문중원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렛츠런파크 서울 정문 앞에서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반복되는 죽음의 원인은 마사회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갑을 구조’

고()문중원 씨가 소속된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는 개장한 이래 총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원인은 전권을 쥔 한국마사회를 정점으로 하는 다단계적 고용구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마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경향신문 <마사회 피라미드 밑에서 ‘죽음의 레이스’>(2019년 12월11일 조문희 기자)에 따르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철저한 피라미드형 ‘갑을’ 구조와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기수·마필관리사들의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또,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운수노조)은 문 씨의 죽음에 대하여 기수의 출전선택권을 가진 마사회와 마주‧조교사가 기수 자격마저 박탈시킬 수 있는 갑질 구조, 조교사 면허를 취득해도 조교사로 일할 수 없게 하는 불공정, 부정경마 지시를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가 만든 타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11일 운수노조는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국 기수 125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8.5%가 부당한 지시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60.3%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마사회 내 갑질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유족 측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마사회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요구사항이 반영될 때까지 장례를 치루지 않겠다며 고인의 시신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셔놓았습니다. 추모분향소도 차려졌고 매일 추모 문화제도 진행됩니다. 67개의 시민단체가 연대한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도 발족했습니다. 1월18일(토)엔 범국민 추모제도 벌일 예정입니다. 마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 경제지·동아 ‘미봉책’인 마사회 개선안 발표만 기사화

경향신문은 11건의 기사를 쓰며 고(故) 문중원 씨의 죽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마사회 피라미드 밑에서 ‘죽음의 레이스’>(2019년 12월11일 조문희 기자)에서 경마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잘 분석했습니다. 한겨레도 <다친 말에, 대충 타라” “순위 조작하라”전권 쥔 마사회의 횡포>(2019년 12월11일 김완 기자)에서 경마 기수들이 겪는 부조리한 현실을 잘 드러냈습니다.

동아일보·서울경제·한국경제·MBN은 1건씩 보도했으나, 이 보도들은 한국경제의 <마사회 “승자 독식 상금 구조 개편할 것”>(2019/12/27 조희찬 기자)처럼 마사회가 사고 이후 발표한 개선안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이 개선안에 대하여 유족과 당사자 의견을 배제했고,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안을 전혀 전하지 않다가, ‘개선안 발표’에 초점을 둬 보도한다면, 마치 사안이 해결된 것처럼 왜곡될 여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위 언론들은 반대하는 유족들의 의견도 담지 않았습니다. 

MBC·SBS는 사건 초기인 12월 초에는 보도를 하지 않다가, 유족 측이 시민분향소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갈등이 커지자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MBC <‘마사회 비리 폭로’ 고 문중원 운구 놓고 충돌>(2019년 12월28일 박윤수 기자) SBS <‘마사회 내부 비리 폭로’ 고 문중원 운구차 놓고 대치>(2019년 12월28일 전연남 기자)가 각각 첫 보도였습니다. 충돌하기 이전부터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JTBC는 사건 초기부터 보도했습니다. 12월2일 KBS는 <마사회 갑질 구조 개선해야… 수사 의로>(2019년 12월2일 이준석 기자)에서 JTBC는 <부조리 폭로하고 세상 등진 기수… 경마장서 무슨 일이>(2019년 12월2일 구석찬 기자)에서 사건을 전달했고, YTN은 한발 늦은 11일 <경마 기수 60% “부당 지시 거부 못 한다”>(2019년 12월11일)에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방송매체에서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기사가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중앙일보·TV조선·채널A에선 관련 보도가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사회의 불공정·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고 은폐하고 있습니다.

고(故)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로 ‘일 하다 죽는 사회’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어느 때보다 거셉니다.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갑질 당해 죽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선 언론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2020년에는 부디 ‘정말’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취재하는 진정한 솔루션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언론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1월29일~2020년 1월2일 종합일간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한겨레, 경제지 서울경제·한국경제, 방송사 KBS·MBC·SBS, 종합편성채널 JTBC·TV조선·채널A·MBN, 뉴스전문채널 YTN
※ 문의 : 엄재희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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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1-02 21:12:57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경영은 분명히 잘못됐다. 감사기관이 감사를 소홀히 한다면, 국회에서 대책위를 꾸려 진상 조사하는 건 어떨까. 입법이 가장 강력하다. 주권자로서 당연한 요구니, 국회의원과 대화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