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은 진실만을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느 편의 진실이냐는 질문이 판을 칩니다. 기자 정신이라는 말은 사치에 가까운 말이 됐습니다. ‘샐러리맨’에서 ‘기레기’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한탄이 나옵니다. 언론과 기자 불신 시대에 미디어오늘은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뀐다는 대의를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기겠습니다. 

미디어오늘은 2020년 창간 25주년을 맞이합니다. 사반세기 동안 미디어오늘은 권력화된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뉴스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1995년 5월17일 미디어오늘 1호 1면은 “안기부 언론팀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 직후 폐지를 약속했던 안기부의 대언론 담당부서가 존속한다고 폭로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1232호 1면 기사는 건설자본의 언론사 인수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는 내용입니다.

▲ 미디어오늘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 권력과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 권력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사진=gettyimagesbank
▲ 미디어오늘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 권력과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 권력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사진=gettyimagesbank

언론을 사유화하려는 권력 작동 방식을 파헤치고 자본에 잠식된 언론 현실을 고발하는 일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신문은 소수의 보수화된 언론이 여전히 독과점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권력에 장악된 방송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 콘텐츠는 기성언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생존이라는 명분 아래 저널리즘의 이름을 먹칠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박용규 교수(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들 중에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안은 저널리즘의 복원”이라고 했습니다. 기자 정신을 회복하고 권력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 자세를 견지했을 때 저널리즘을 복원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저널리즘 복원에 나서겠습니다. 허위조작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진실을 가리는 일도 주저하지 않겠지만 ‘가짜뉴스’를 가린다는 미명 아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 권력과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 권력의 행태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대겠습니다.

지난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8.4%가 포털도 언론 미디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미디어수용자 조사에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와 매체로 KBS(29.0%)에 이어 네이버(16.5%)를 꼽았습니다. 포털이 언론이라고 답한 비율은 64.2%였습니다. 포털에 종속된 저널리즘은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자의 눈을 오래 붙잡는 기사의 품질보다는 분초 경쟁을 다투며 클릭 수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선정적이고 혐오적인 이슈에 매몰된 미디어 환경을 바꾸고 대안을 찾는 일에 더욱 고민하겠습니다. 

▲ 네이버, 다음 로고.
▲ 네이버, 다음 로고.

4월 총선은 미디어의 전성시대를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미디어의 무덤이 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은 미디어 수용자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새로운 플랫폼의 공공적 기능을 강화시키자는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결국 미디어오늘이 할 일은 반지성과 싸우는 것입니다. 자신만이 오직 진실이라고 외치고 팩트를 배척하는 행위를 끊임없이 검증하겠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자기 검증에도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2020년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미디어오늘이 함께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