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정연우)가 지난달 26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7차 정례회의를 열어 1228호~1231호에 실린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회의에는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정진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생과 미디어오늘 이재진 미디어부장, 안혜나 편집기자, 금준경 정치사회부 기자가 참석했다.

이정진 : “정부가 지원하는 팩트체크 적절한가” 기사는 방송통신위원회 예산에 대한 설명과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구분된다. 이런 경우 소제목을 넣으면 좋겠다. 

김혜진 : 정부가 지원하는 팩트체크 사업의 문제점을 다룬 점은 좋은데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안 자체에 답답함을 느낀다. 허위정보 문제에 특정한 대안이 나오면 한계가 지적되고, 또 다른 대안이 나오면 거기에 따른 한계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규제가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닌 거 같고, 피해자 구제가 어떻게 이뤄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큰 그림이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동찬 : 심플한 대책이 나올 수가 없고, 다양한 측면에서 차분히 논의해야 하는 문제다. 이렇게까지 가짜뉴스나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건 정치적 논란과 맞물린 영향이 크다. 적절한 기준과 장치가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산부터 밀어 넣으니 우려가 든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규제론이 강하게 작용하는데 미디어비평지로서 꾸준히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뤄오고 있어 의미가 있다.

금준경 :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예산 논의를 추적하다 쓴 기사인데 고민이 많이 들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팩트체크가 보편적 기준에서 문제인 건 맞는데 민간 펀딩이 미미한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어 반영했다. 그럼에도 절차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에는 담지 않았는데 방통위 예산안에 넣지 않고 의원을 통해 뒤늦게 반영하면서 언론은 물론이고 공론화를 피해간 문제가 있다. 

안혜나 : 팩트체크라고 하지만 언론의 논조에 따라 정파적인 기사가 나오는 문제도 있다. 

이재진 : 시민사회에서 ‘개미체크’를 만들기도 했다. 아래서부터 뉴스 수용자 입장에서 가짜뉴스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5·18기념재단에서 보수 유튜버들의 악의적인 5·18 관련 영상을 조사했는데 모니터링에 수천만원이 들었다. 허위정보 문제에 대응하는 데 공적 재원 투입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든다.

김혜진 : 기자단 문제를 조명한 기사들이 있다. 검찰 출입 기자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다뤄서 좋았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주니 어떤 구조인지 눈에 들어왔다. 이번 달은 검찰 출입 기자단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기자단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다뤘다. 독자가 잘 모르는 상황들을 다양한 면에서 접근하니 고민이 깊어졌다. 

김동찬 : 이번 달은 지적할 사항을 전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전반적으로 법조 출입처 기자단 및 취재 관행에 의미 있는 기사가 많아 좋았다고 생각한다. 법원 출입기자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두 면을 할애해 썼는데 내용도 좋고 대안으로 재판중심 취재를 제시한 점도 의미 있다.

▲ 기자단 및 출입처 이슈를 다룬 미디어오늘 2019년 12월 기사.
▲ 기자단 및 출입처 이슈를 다룬 미디어오늘 2019년 12월 기사.

이정진 : “사고 땐 안전불감 비판, 안전인력 충원 파업엔 ‘시민불편’만” 등 기사에서 비판한 철도파업 관련 기사는 ‘자동완성’ 기능 같은 느낌의 이슈다. 철도파업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또 똑같은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안 읽어도 상황이 그려진다. 

김혜진 : 파업 때마다 언론이 같은 보도를 하니 이에 따른 비판도 똑같아진다. 어쩔 수 없어 보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비판 시각을 어떻게 새롭게 할지 고민하는 게 미디어오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파업 보도와 관련해선 외국 사례는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분석해주면 좋겠다. 

김동찬 : 보수매체나 경제지에만 주목하지 말고 지상파 3사 뉴스만 해도 변해온 점이 있는 거 같다. 그런 변화를 추적해주고, 악의적 사례와 관행적 사례를 나눠서 왜 자꾸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당사자들을 포함해 얘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김혜진 : 최근 논란이 된 경향신문 사태 관련 얘기도 했으면 한다.

이정진 : 사건이 터지고 당사자 사퇴 등도 빠르게 이뤄진 거 같다. 그 이후 상황이 궁금하다. 언론 전반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충격 그 자체가 크지는 않았다.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고, 이 건 하나로 경향신문에 대해 기존에 쌓아온 호감이 크게 깎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혜나 : 독자 입장에서 보면 다들 원래 그렇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거 같다. 방송에서 PPL성 뉴스가 나오고 신문에서 광고기사가 실리는 게 일상적이기도 하다. 

나영정 : 상대적으로 진보개혁 언론의 독립성이 존재 이유처럼 느껴졌기에 내게는 큰 이슈였다.

이재진 : “경향신문 너마저”라는 제목을 썼다. 독립언론 가치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반응을 보면 여러 갈래가 있다. ‘원래 그랬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희는 그러면 안 돼’, ‘그래도 경향이니까 이 문제를 공론화한다’ 등이다.

김혜진 : 조금 더 친절했다면 어땠을까. 기사나 광고가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좀 더 드러냈으면 좋겠다. 언론의 독립이 어떻게 이뤄져 왔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시도가 어땠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독자들이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정진 : 경향신문의 잘못은 알겠으나 SPC에 대한 사건 자체는 묻힌 느낌도 든다. 

김혜진 :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다뤄볼 필요가 있다.

이재진 : 2020년을 맞아 미디어오늘에 제언을 해주면 좋겠다. 해묵은 고민인데 미디어오늘이 1차 소스가 되는 사회, 정치 이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딜레마다. 미디어비평 매체니 언론 보도를 살펴보는 게 주가 되는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슈를 선점하고 현장에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있다.

김혜진 : 유튜브가 대세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취재는 지상파, 신문 중심에 그치고 있어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언론노동자 이슈의 경우 사건화가 될 때만 드러나는 경향이 있는데 사건이 되기 전에 미리 다루고 깊이 있게 분석하면 좋겠다.

▲ 미디어오늘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에 대한 취재, 플랫폼 활용 제언이 나왔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 미디어오늘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에 대한 취재, 플랫폼 활용 제언이 나왔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나영정 : 비평의 영역과 관점은 다양한데 왜 언론비평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는지 궁금증이 든다. 소수자 관점에서 언론 이슈를 다룰 때 몇 번 관련 키워드를 언급했다거나 선정적인 표현을 지적하는 데 그친다. 그걸 넘어서는 관점이 다각화된 비평이 나올 수 있을지, 비평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정진 :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팟캐스트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팟캐스트, 유튜브 등 영역을 넓히는데 미디어오늘도 영역을 확장하면 어떨까. 미디어와 관련된 사전과 같은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동찬 : 내년에 총선이 있다. 선거보도에 대한 비평도 틀에 박힌 면이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유튜브 저널리즘 문제도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독자위를 넘어 서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과 기획단계서부터 밀착해 결과물을 내놓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OTT 관련 기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 같은데 판도나 해외 규제 사례 등을 미디어오늘이 다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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