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쓴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이 읽혔던 기사를 1위부터 100위까지 돌아봤습니다. 1위는 ‘기자 단체 카톡방에 “성관계 영상 좀”’ 기사입니다. 정말 많은 독자분이 ‘기자 놈’들의 단톡방을 보고 공분했는데요, 서로 성매매 업소와 각종 음란 사진·불법 동영상사이트뿐만 아니라 취재를 통해 입수한 불법 촬영물까지 돌려본 게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 성폭력 문제를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 기자들이 이러고 있었으니, 말 다 했죠. 이 단톡방을 최초 보도한 손가영 기자는 지금도 이 사건을 추적 중입니다. 단톡방에 있던 이들 중 일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는데요. 결말이 어떻게 날지, 끝까지 함께 지켜보시죠. 

▲'버닝썬 2탄' 영상을 요구하는 대화(왼쪽)와 대화 직후 불법촬영물이 공유된 대화(중간). 가수 정준영씨가 속옷 차림의 여성들과 찍은 사진(오른쪽)도 공유됐다. ⓒDSO
▲'버닝썬 2탄' 영상을 요구하는 대화(왼쪽)와 대화 직후 불법촬영물이 공유된 대화(중간). 가수 정준영씨가 속옷 차림의 여성들과 찍은 사진(오른쪽)도 공유됐다. ⓒDSO

3위는 ‘대통령 인터뷰 이후, 왜 대담자에 분노하나’였습니다. 지난 5월 KBS 기자와 문 대통령의 특집 대담 이후 기자의 질문과 태도를 두고 호평과 비평이 극명하게 엇갈렸는데요, 사실 호평보다는 비평이 많았습니다.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성 언론에 대한 뉴스이용자의 오래된 불신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자회견 생중계에서 질문을 던졌던 기자들 실명이 실시간검색어에 등장하거나 기자들 얼굴을 캡처한 사진들이 커뮤니티에 돌기도 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기자들의 취재과정이 날 것 그대로 뉴스이용자에게 전해졌던 시기 같습니다. 

4위는 지난 4월 고성 산불 당시 문 대통령이 술을 마시고 있어서 대응이 늦었다는 허위주장을 검증한 ‘문대통령 언론사 사장과 술 먹다 화재대응 늦었다고?’ 기사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를 차단할 것이란 소문을 검증한 ‘문재인 정부 중국처럼 유튜브 차단한다고?’(11위) 기사도 많은 분이 읽었는데요, 누가 이런 소문을 믿나 싶지만 당시 유튜브에서 이런 소문들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공유됐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허위주장, 2020년에도 미디어오늘이 검증하고 추적하겠습니다. 

▲한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한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많이 읽은 기사의 주요 키워드는 ‘조국’과 ‘조선일보’였는데요, 조국 사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KBS 보도국의 갈등을 다룬 ‘KBS기자들 “우릴 기레기로 만들었다”’(40위) 기사를 비롯해 ‘조국 비판한 보수성향 서울대생 모임의 실체’(41위), ‘윤석열 검찰은 왜 조국 수사에 사활 거는가’(19위), ‘“조국은 소시오패스”에 반발한 표창원 KBS하차’(2위) 등이 순위에 오르며 눈에 띄었습니다. 순위권엔 들지 않았지만 조국 사태로 불거진 출입처·출입기자단 관행 문제도 올 하반기 미디어오늘이 집중했던 주제였는데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론계 관행, 이젠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디지틀조선일보가 홍가혜씨의 명예를 훼손해 6000만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 소식을 다룬 ‘홍가혜의 진실, 조선일보의 거짓을 이겼다’(15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이미란씨의 죽음과 관련해 지난 3월 미디어오늘이 이씨의 형부 김영수씨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 ‘방용훈 부인 유족 “2016년 사망 직후 청와대서 연락”’(17위) 기사도 많은 분의 환호와 공분을 이끌어냈습니다. ‘1등 신문 조선일보의 기사거래가 드러났다’(36위), ‘대통령과 환담 방상훈 사장, 장자연 질문에 침묵’(56위) 등 올해도 미디어오늘에선 조선일보를 다룬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요, 2020년 10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가 부디 지난 보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100주년을 보내길 바랍니다. 

▲7월12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조선일보 폐간하라’라는 글자를 띄웠다. ⓒ정민경 기자
▲7월12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조선일보 폐간하라’라는 글자를 띄웠다. ⓒ정민경 기자

한겨레 “윤석열도 별장 접대” 보도 역풍’(34위) 기사는 한겨레 보도의 파장이 컸던 만큼 한겨레 보도에 대한 언론계 내부 평가를 다룬 보도에도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 사건은 지금도 한겨레 내부에서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도 ‘한겨레, 조국 비판 칼럼 출고 후 삭제 후폭풍’(97위), ‘한겨레 노조 “확인됐다 남발해 이재명 보도 신뢰 하락”’(96위)과 같은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올 한해 한겨레는 정부 측 인사 관련 보도에서 내부 갈등을 겪은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방송인 홍석천씨가 자신의 가게를 닫은 뒤 그 이유를 두고 조중동이 “최저임금 때문에 문 닫았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홍씨가 사실과 다르다며 직접 항의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홍씨 입장을 전한 ‘홍석천 “‘최저임금 때문에 문 닫았다’고 쓰지 말라했는데”’ 기사는 가장 많이 읽은 기사 6위였습니다. 홍석천씨가 얼마나 황당했을지 참…. 축구팬들 사이에서 ‘어그로꾼’으로 유명한 어느 기자를 다룬 ‘축구팬의 분노와 원성 강따이호우 기자를 아십니까’(89위) 기사는 축구팬들에게 화제를 모았고요, ‘조선일보 기자 “현재 임금으론 취재 전념 불가”’(70위) 기사는 여러 의미에서 업계 화제였습니다. 언젠가 기자들이 취재에 전념할 수 있는 조선일보를 기대해봅니다. 

‘송혜교 모욕 합성사진 내보낸 조선·동아 등 경고’(57위) 기사, ‘YG, 승리 음주운전 의혹 기사 쓴 기자에 1억 건넸다?’(100위) 기사,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1 IOI 데뷔조도 조작했다’(69위) 기사는 모두 업계 ‘윤리’와 관련한 문제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드라마업계의 살인적 노동환경을 고발한 기사 중 하나인 ‘KBS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스태프들은 촬영 도중 왜 철수했나’(71위) 기사는 드라마의 인기만큼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어준 “손석희 없어지길 바라는 세력 1위는 삼성”’(24위) 기사도 공유가 많았는데요, 삼성의 ‘바람’이 이뤄졌는지 1월2일자로 손석희 대표이사는 앵커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미디어오늘 김용욱 기자가 제작한 영상기사의 경우도 ‘나경원 “심상정 사과 안 하면 내일 법적 조치”’(5위), ‘앞에 오라는 심상정에 소리만 지른 나경원’(7위), ‘황교안 대표의 말에 나경원 원내대표 토끼 눈’(49위) 등이 순위권에 오르며 사랑을 받았는데요, 공통 키워드는 나경원 의원이었습니다. 나 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디어오늘은 2020년 창간 25주년을 맞습니다. 늘 부족함을 느끼며 독자 여러분께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여전히 미디어비평전문지로서 미디어오늘이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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