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65년간(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유지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됐다. 31일자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가운데 대부분은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 출발선이 됐다는 평가를 앞세운 뒤 나름의 분석·평가를 제시했다.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경우 공수처를 ‘공룡’, ‘옥상옥(屋上屋)’ 등으로 표현하며 검찰 내부 저항을 상대적으로 부각했다. 아래는 이날 1면에 배치된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 공수처법 통과…‘무소불위 검찰’ 성역 무너졌다
국민일보 : 공수처법, 청원 23년 만에 국회 통과
동아일보 : 與, 공수처법 강행처리…한국당 “의원 총사퇴”
서울신문 : 공수처법 국회 통과…檢 기소독점 65년 만에 깨졌다
세계일보 : 범여, 공수처법도 끝내 밀어붙였다
조선일보 : 결국…검경 위의 ‘공룡 수사처’ 등장
중앙일보 : 검찰 개혁한다더니 검찰보다 센 ‘괴물’ 만들었다
한겨레 : 검찰 기소독점, 65년만에 깨졌다
한국일보 : ‘4+1’ 공수처법도 강행 처리… 한국당 “의원 총사퇴”

내년 7월 출범 예정인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 국무총리,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시·도지사 및 교육감 등이다. 이들의 뇌물·배임·범죄은닉·위증·친족 간 특례·무고·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수사한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의 후보 중 대통령이 지명한 1명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추천위원은 7명으로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야 몫 각 2명이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조사 실무 5년 이상 경력자로 25명 이내를 임명하는데, 검사 출신이 절반을 넘어선 안 된다. 공수처장은 같은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검·경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 12월31일자 한국일보 4면.
▲ 12월31일자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는 사설(공수처법 국회 통과, 검찰 개혁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에서 “공수처법은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통과됐다. 하지만 공수처의 위헌성 여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인한 정권 방어막 역할 논란 등 여러 우려들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야 4+1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것은 검찰 개혁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며 “향후 국가 수사구조 개혁을 위한 후속 조치를 촘촘하게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먼저 공수처를 정권 보위 차원에서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조만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다. 따라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중복 수사나 옥상옥 논란 없이 삼각 관계를 이루며 제 역할을 하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은 6개월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세부적인 준비가 이뤄지게 된다. 한겨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은 관련 부처인 법무부에서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고위공직자 부정부패를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된 수사기구인 점을 고려할 때 별도의 ‘준비위원회’가 꾸려질 수도 있다”며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정부로 이송된 안을 살펴봐야 (어느 부처에서) 맡을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 설치를 주도해온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행정부로 가야 결정이 될 거 같다. 일단 준비 작업은 법무부에서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준비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공수처법 관련 검찰 입장을 다룬 12월31일자 한겨레(왼쪽)와 조선일보 보도.
▲ 공수처법 관련 검찰 입장을 다룬 12월31일자 한겨레(왼쪽)와 조선일보 보도.

검찰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검찰청이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수처 관련 ‘사전보고’ 조항 등에 수사 중립성 훼손 등 우려를 표하며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지만, 공수처법 통과와 관련해서는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다만 일부 언론은 내부의 반발 기류를 전했다. 조선일보(검찰 “공수처가 수사기밀 다 들여다보게 됐다” 부글부글) 검찰 내부에선 “느닷없이 들어간 수사 통보 조항으로 인해 공수처가 검찰 수사 기밀을 다 들여다보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공수처가 통보받은 수사 기밀을 여당 측에 유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익명의 부장검사 의견을 전했다. 동아일보(檢내부 부글… 윤석열 직접 입장 밝히나)는 “올 7월 취임 이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던 윤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겨레(대검, 공수처 통과에 “공식 입장 없다” 침묵)의 경우 “검찰 일각에서는 공수처 도입이 검찰 수사를 견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신공으로 수사와 감찰을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거나, 상급자가 직권을 남용해 하급 주임검사의 수사와 감찰을 막을 경우,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공수처법 표결에선 재적의원 177명 중 160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14명, 기권은 3명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 ‘4+1 협의체’를 구성해 발의한 법안 통과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날치기’라며 의원 총사퇴를 하겠다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3면(한국당 “의원직 총사퇴”…제1야당으로는 10년 만에 결의) 기사에서 “범여(汎與)의 벽은 높았다. 10일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부터 완력을 과시했던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30일 그 정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 원하는 시간에 본회의를 열었고, 원하는 방식으로 표결했다. 자유한국당은 속수무책이었다”고 한국당 반발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달리 한국당이 되레 “손을 놓았다”고 한 곳도 있다. 서울신문(동물국회 의식했나… 손 놓은 한국당)은 “앞선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때와 같은 ‘동물국회’는 재연되지 않았다. 표결을 막을 방법이 없는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국면에서 잇달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의원 총사퇴’ 입장과 관련해선 “한국당은 몸싸움 대신 의원직 총사퇴 결의와 문 의장 고발,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택했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표결 또는 의장의 결재가 필요해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 12월31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 12월31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 12월31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 12월31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조선일보는 “나라의 기본 틀 강제 변경, 군사정권 이후 처음이다”라는 사설에서 “민주당과 군소 정당 등 범여권이 30일 야당의 반대를 뚫고 끝내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했다. 선거법 일방 변경을 밀어붙인 지 사흘 만이다. 총선 전에 모든 걸 해치우겠다고 작정한 듯하다”며 “공수처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수사기관을 새로 만드는 법이다. 나라의 형사 시스템을 뿌리째 뒤흔드는 입법이다. 헌법에 존재 근거가 없는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 정보를 사전에 보고받고 통제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이 공수처장과 검사를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다. 민변과 시민단체 출신들이 검사나 수사관이 된다”며 “여당과 군소 정당들은 운동권 출신이거나 그 비슷한 세력들이다. 그동안 '민주화 운동'을 훈장처럼 내세워 왔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기둥과 같은 제도들을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군사정권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이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마침내 공수처 입법, ‘검찰 공화국’ 오명 벗을 전기 삼아야)은 “보수야당과 언론에서 ‘슈퍼 공수처’ ‘게슈타포’ 운운하며 반발한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문제는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사회가 공감해온 과제였다. 여기엔 여야가 다를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때도 당시 정권의 핵심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공수처법을 발의했고, 지금 한국당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 등이 동참한 바 있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20년만의 ‘공수처’ 입법, 검찰개혁 이제 시작이다)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해, 추천위원 2명을 천거하는 야당의 거부권이 보장되는데도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검찰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사전 통보 의무’ 비판도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전담 수사기관이란 사실을 간과한 논리다.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면, 그 권한은 공수처장이 갖는 게 당연하다”며 “‘공룡 검찰이 병아리 공수처를 반대’한다는 임은정 검사의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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