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와 MBC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9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을 모은 책이 지난 12일 발행됐다. 이 책에는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4편, 가작 10편과 입선 24편이 실려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매년 시민의 비평상을 개최한다.

이번 시민의 비평상에서 최우수작으로 꼽힌 김완신씨의 ‘저기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요’는 JTBC의 치매를 다룬 두 드라마를 비교해 비평했다. 치매를 다룬 드라마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편집이나 장르 도입을 통해 개연성이 부족한 것을 채운 드라마를 칭찬하고 치매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적 요소를 지적했다.

우수작에서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두고 제작진들이 개인에 대한 망신주기를 자주 보여주는 편집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행이나 일상의 담담함을 잘 보여준 프로그램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우수작들도 있었다.

최우수작 ‘저기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요’는 ‘치매를 다루는 드라마의 인식 부재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글에서는 JTBC의 ‘눈이 부시게’와 같은 방송국의 ‘바람이 분다’를 비평했다. 수상작은 ‘눈이 부시게’와 ‘바람이 분다’가 치매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연출 방식이 다르다고 비교했다.

▲▲ JTBC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
▲▲ JTBC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

‘눈이 부시게’와 ‘바람이 분다’ 모두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보였지만 ‘눈이 부시게’의 경우는 “장르상 타임 슬립의 로맨스 판타지가 주는 신선함과 거듭되는 반전 등으로 삐거덕 거리는 개연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반면 ‘바람이 분다’의 경우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두 번 사랑에 빠지는 남자와 그런 사람과 함께하고자 하는 여자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는 기획 의도를 완성하기 위해 디테일과 개연성쯤은 가볍게 무시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드라마 모두 “치매 환자를 위로하거나 아픔에 공감하는 대신 남아있는 이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고 썼다. 특히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나 치매를 ‘기억력 상실’로 오해하게끔 만드는 연출을 지적했다.

이 수상작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TV 속 세상 정보나 이야기를 현실에 적용하거나 견주며 살아가기” 때문에 “드라마가 단순히 글 속에 갇히거나 미학적 완성도만을 좇기보다는 공적 기제로서 사명감을 갖고 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무리된다.

우수작인 김은하씨의 ‘골목길 소생 프로젝트의 딜레마’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대해 감동을 주는 한편 찜찜함을 남기기도 한다며 “서민을 위한 프로그램인지 기업가 백종원을 위한 프로그램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 글은 “백종원이 사업체에서 제작비를 받지않았기 때문에 홍보도 하지않고, 오랜 시간 연구해온 레시피를 통해 메뉴를 제안하고 가게 운영과 관련한 노하우를 공개하기에 백종원이 손해 보는 쪽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다만 “진정성을 가지고 서민을 응원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중의 호감은 사업 매출로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고 짚는다. 이어 “이 프로그램은 무자각적으로 백종원의 체인점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김씨는 이 프로그램이 ‘자기계발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며, 예를들어 게으른 청년이 훌륭한 스승인 백종원을 만나 ‘개조’되는 서사를 활용한다고 짚는다. 김씨는 “이러한 극적 구조는 후원이라는 그럴듯한 명분하에 한 개인을 시청자가 미워해도 좋은 대상으로 만들어 흥행도구로 써먹는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개인 인권침해일수도 있는 ‘공개적 망신주의’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우수작 ‘도대체 인권은 어디에’(정현환)는 MBC ‘실화탐사대’ 첫회에서 지적 장애인 여성 재연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드론’(drone)을 활용해 성폭력 장소를 지나치게 자세히 촬영한 것을 비판했다.

또 다른 우수작 ‘진짜 어른을 찾아서?’(권윤지)는 tvN의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두고 “지위를 지닌 이들의 지식 과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에 재미를 느끼며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지식의 우열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지배층이 향유하는 지식을 나도 한 움큼 알고 싶다는 욕망과 설렘으로 나타난다”며 ‘다정한 권위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우수작 중 2편은 여행이나 일상이 주는 담담함을 잘 표현해낸 예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우수작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여정의 트래블러다’(양진국)는 JTBC의 ‘트래블러’에 대해 새로운 여행예능이라고 평하며 단순화된 자막 등 다큐멘터리와 같은 예능임을 강조했다.

마지막 우수작 ‘좋은 사람들의 행복 찾기’(여인욱)은 tvN ‘스페인하숙’을 두고 “나영석PD의 예능이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식사나 대화, 만남과 같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 관찰해 의미를 극대화시켜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열심히 보낸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한다”고 정리했다.

이외에도 10개의 가작에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60일 지정생존기’, JTBC ‘악플의밤’, ‘방구석 1열’ 등의 비평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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