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4월 총선부터 정당 득표율이 비례 의석수에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토요일 아침 신문을 발행하는 주요 종합일간지(경향, 국민,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는 1면 기사 머리 기사를 모두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기사로 배치했다. 서울신문은 토요판 신문을 내지 않아 제외했다.

이날 언론은 선거법 개정에 대해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뉘어졌다. 이번 선거법 개정이 승자독식과 거대 정당 중심의 의회 구조가 개편될 것이라고 본 신문과, 개정과정에서 한국당을 제외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야당만 뺀 선거법 개정’이라고 비판한 신문으로 나뉘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선거법 개정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고 국민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특히 야당을 빼놓은 선거법 개정 과정을 비판하거나 ‘동물 국회’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선거법 개정을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표현했고 동아일보는 ‘의회민주주의의 퇴행’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일보도 1면 기사 제목에 ‘강행’이라는 단어를 넣어 선거법 개정 과정을 비판하는 제목을 뽑았다.

다음은 28일 토요일 아침 신문을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내년 총선에 사상 첫 ‘연동형 비례제’ 적용”
국민일보 “또 난장판 동물국회 선거법 본회의 통과”
동아일보 “제1야당 저지뚫고…4+1 ‘선거 룰’ 강행처리”
세계일보 “與, 선거법 처리‧공수처법 상정 강행”
조선일보 “헌정사 초유, 제1야당 빼고 선거법 강행처리”
중앙일보(중앙SUNDAY) “난장판 속 선거법 통과…총선 셈법 ‘난수표’”
한겨레 “30년 양당체제 넘어…새로운 길 앞에 선 한국정치”
한국일보 “‘게임의 룰’ 바뀌다, 총선판이 출렁인다”

▲28일 한겨레 1면.
▲28일 한겨레 1면.

27일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167명,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의 의석구조는 유지한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칠 경우 비례 의석을 통해 정당 득표율에 맞춰 전체 의석을 보장한다. 선거 연령도 만 18세로 하향 조정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선거법이 개정되면 바뀌는 긍정 효과를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양당제 승자독식 정치가 32년 만에 다당제 협치로 첫발을 뗀 것”이라며 “과반 의석을 독점하는 정당이 사라지고, 다양한 소수정당이 등장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중심으로 한 협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도 소수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향신문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부 의석에만 적용하고, 도입 시기도 내년 총선으로 한정하는 등 보완책이 시급하다”고도 지적했다.

▲28일 경향신문 1면.
▲28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 역시 긍정 효과를 부각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날 통과된 선거법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에 견줘 비례대표 의석이 줄고 ‘연동형 캡’까지 도입되는 등 여러 한계가 있다”면서도 “득표율보다 과대 대표되어온 거대 양당의 몫은 줄이고, 과소 대표된 중소정당의 의석은 득표율에 좀더 근접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혁성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의회정치를 지탱해온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에 기반한 양당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양당제’가 깨진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한겨레는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10석 안팎의 중소 정당이 여러 개 탄생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거대 양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지금보다 더 힘들어진다. 정당 간 연합이 불가피한 의석 구조가 제도화된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겨레는 “‘누더기 선거법’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올 정도로 원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만큼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며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제도 취지 자체가 훼손될 여지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28일 조선일보 1면.
▲28일 조선일보 1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와 달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는 선거법 처리 과정을 문제 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헌정사 초유, 제1야당 빼고 선거법 강행처리’로 뽑았다. 이는 경향신문이 “내년 총선에 사상 첫 ‘연동형 비례제’ 적용”이라고 제목을 뽑은 것과 배치되는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강행 처리’를 강조하고 “지난 4월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지 8개월 만에 과반 의석만으로 통과시킨 것”이라며 “‘게임의 룰(규칙)’인 선거법을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개정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4+1 협의체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각 당의 ‘밥그릇 다툼’ 결과 '민심 반영, 지역 구도 완화'라는 선거법 개정 명분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는 평가”라고 썼다. “재적 5분의 3 의석이 있어야 한다는 국회선진화법 취지와 달리 '의석 과반'만으로 모든 법안을 밀어붙였다는 나쁜 선례(先例)”라고도 평가했다.

▲28일 조선일보 사설.
▲28일 조선일보 사설.

사설로도 조선일보는 “괴상한 선거제 끝내 강행 통과, 나라가 갈 데까지 간다”며 “민주화 운동권이 민주주의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피해자인 한국당은 예고한 대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비례한국당에 이어 비례민주당이 만들어지면 이 누더기 선거법은 그나마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고 예상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나라 통합은 물 건너갈 것이다. 이런 무도한 폭거를 집권 세력이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선거법이 개정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의 고군분투를 위주로 전했다. 동아일보는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 전부터 국회의장석 주변을 둘러싸면서 문희상 의장의 진입을 막았다. 문 의장은 국회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가려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퇴진’ ‘문희상 역적’을 외치며 몸으로 막아섰다”,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고, 국회 경위들은 한국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문 의장을 들어서 가까스로 의장석에 앉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현장을 전했다.

▲28일 동아일보 사설.
▲28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선거법 개정을 민주주의의 퇴행이라고 표현했다. 사설 제목은 “누더기 ‘4+1’ 선거법 강행처리, 의회민주주의 퇴행이다”였다. 이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제1야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기형적으로 시작된 선거법 협상이 볼썽사나운 일방 처리로 막을 내렸다”며 “선거법의 일방 처리는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퇴행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다만 동아일보는 “시종 비례대표제 폐지만 고수하면서 끝까지 여야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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