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언론에 내놓은 입장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인데 최근 답변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표현을 사용해서다.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에선 객관 증거를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지만 검찰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방의 의도를 확실한 근거 없이 추측하거나 비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검찰은 노무현재단, 유시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법집행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 허위 주장을 이제는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4일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자 서울중앙지검이 이날 내놓은 답변이다. 유 이사장이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며 검찰을 비판하는 가운데 검찰이 명확한 근거없이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릴레오 입장에선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악의적 허위 주장인지 아닌지는 검찰이 알릴레오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데 ‘악의적’ ‘허위’ 이런 어휘까지 사용하는 건 감정적”이라며 “그냥 ‘그런 사실 없다’는 답변만 하는 게 검찰로선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검찰 공식답변을 보면 국가기관이 아닌 우익NGO나 유튜버 등이 쓰는 어휘들이 공식 답변에 등장하는 인상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 검찰이 최근 '악의적' '의도가 명백하다' 등 주관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를 쓰며 입장문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이 최근 '악의적' '의도가 명백하다' 등 주관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를 쓰며 입장문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의 답변엔 논리적 허점도 있다. ‘범죄에 대한 계좌추적’ 단서를 달았다. 범죄가 아닌 다른 사유로는 들여다봤을 가능성을 남겨놓은 답변이다. 실제 유 이사장이 다음날인 25일 수사기관이 당사자 몰래 계좌를 추적할 때 금융거래내역통지를 유예하는데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경찰이 계좌를 추적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시행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을 보면 검찰은 사건관계인(피고인·참고인 등)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수사·재판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 또 공보준칙 13조(일반원칙)에선 공보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에 한정하고 주관적 가치 평가가 언급되지 않도록 한다.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추측·예단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답변을 보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한겨레 정치팀장은 지난 4일 칼럼에서 이제 일선수사에서 물러나야 할 검찰총장이 더 공격적으로 수사를 주도하는 행태를 지적하며 소위 “‘윤석열식 정치’로 인해 ‘서초동 검찰당’의 힘이 여의도와 청와대를 압도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검찰이 중립이나 객관의 틀을 벗고 ‘악의적’, ‘의도’ 등 정치적 수사를 쓰는 건 스스로 정치화했다는 걸 드러내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   

검찰과 출입기자단의 결탁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 지난 3일 방송 이후 대검은 “검찰 및 출입기자단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라며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지난 6일 박건식 MBC PD는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중대수사를 방해하려는 어떤 의도다’ 이건 검찰이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며 “검찰은 증거주의에 입각해서 말해야 한다. 이건 정치인이나 점쟁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기자단의) 유착구조를 비판했다고 중대수사를 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검찰이 스스로 언론플레이를 통해 수사해왔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9월9일 대검찰청에서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9월9일 대검찰청에서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개선을 위한 수사를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들과 식사자리에서 “나는 ‘헌법주의자’이며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무리하게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정치적 레토릭으로 응대한 것이다. 

국회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연내 표결 처리 계획이 나오자 대검은 26일 “사전 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과잉수사’하거나, 검경에 맡기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가서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며 ‘독소조항’이란 표현까지 썼다. 그동안 검찰이 ‘과잉수사’와 ‘뭉개기 부실수사’를 해왔다는 비판 때문에 검찰개혁이 화두에 올랐다. 개혁대상인 검찰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국민의 대의기구를 상대로 언론플레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지적에 대검은 입장을 주지 않았다. 대검 대변인실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디어오늘의 질의가) 이미 나온 검찰 입장에 대한 추가 질의인데 추가 질의에는 따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 10월14일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며 전문공보관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날 대검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과도하다는 비판에 헌법의 ‘과잉금지’ ‘비례원칙’ 등을 지키고 검찰권을 절제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선 차장급 검사, 일선 검찰청에선 인권감독관을 전문공보관으로 지정해 수사와 공보를 분리하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하며 피의사실공표 논란 등을 불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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