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을 지나다보면 한 무리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KBS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KBS 미디어텍 노동자들이다.

2009년 9월 탄생한 KBS 미디어텍은 KBS가 100% 출자한 계열사다. 미디어텍 노동자들은 방송 타이틀 및 뉴스 영상 제작, 사운드 디자인, 특수 영상 제작 등의 역할을 해왔다.

KBS는 지난 9월 이들 노동자 가운데 189명을 KBS 직원으로 전환했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의 미디어텍 근로감독 결과다.

▲ 아침 출근길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을 지나다보면 한 무리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KBS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KBS 미디어텍 노동자들이다. 사진=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
▲ 아침 출근길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을 지나다보면 한 무리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KBS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KBS 미디어텍 노동자들이다. 사진=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

노동부는 미디어텍 소속 가운데 뉴스 진행, 뉴스 영상 편집, 스포츠 중계, 오디오 녹음 등 보도 관련 업무 직원 192명(이후 3명 사직)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KBS에 내렸다. KBS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 파견 관계에 해당한다는 결론. 불법 파견이 확인됐으니 사용자인 KBS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9월 당시 환영사에서 “여러분의 입사 조건과 처우에 아쉬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KBS가 처한 상황과 경영수지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업무 성과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 내부 혁신 조치를 취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특수 영상 제작 및 사운드 디자인 등 편성과 제작에 근무하는 58명에 관해서는 직접고용 명령 대신 직접고용 권고안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파견 요소가 적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전체 근로자에 대해 직접 고용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남은 58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9월부터 청와대, 국회, 노동부, KBS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지금은 금요일 오전 7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KBS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월 이들은 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를 출범시키며 활동 폭을 넓혔다.

미디어텍지부와 KBS 간 논의는 계속되지만, 이견을 좁히진 못하고 있다. KBS는 타협안 하나로 타 계열사인 KBS 아트비전으로 소속 이관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투표까지 거치며 직접 고용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병걸 KBS 전략기획실장은 24일 통화에서 “관련 부서 간 회의를 통해 여러 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비일반직 사원들을 대거 일반직 전환했고 미디어텍 구성원 180여명도 직접 고용했다”며 “정규직 인력에 대한 (국회 등) 외부 압력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남은 미디어텍 60여분의 업무와 유사한 KBS 아트비전으로 이동하면 어떻겠느냐고 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더 논의가 필요하다. 양 사장이 취임한 후 우리의 주요 가치는 ‘상생’이다. 강제 조치가 아니라 합의를 통해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아침 출근길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을 지나다보면 한 무리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KBS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KBS 미디어텍 노동자들이다. 사진=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
▲ 아침 출근길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을 지나다보면 한 무리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KBS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KBS 미디어텍 노동자들이다. 사진=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

반면 노조는 “KBS가 10년 전의 정책 및 현 경영 실패 책임을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KBS는 결자해지 자세로 노동부 권고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화윤 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장은 “아트비전 이관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릴 해직한다면 해직 당하겠다는 입장”이라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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