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장 정연순)가 제9회 이돈명인권상 수상자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선정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은 단지 자신들의 자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온갖 혐오와 차별을 막는데 도움을 주었고, 인권의 보편성에 우리 공동체가 귀기울이도록 했다”며 “‘성소수자 부모모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로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헌신해 온 고 이돈명 변호사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천주교인권위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축이 돼 성소수자들의 활동을 지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다른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성소수자 자녀와 부모간 대화를 도와주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일소하자고 강연·출판 등을 통한 호소를 멈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 천주교인권위 보도자료 갈무리.
▲ 천주교인권위 보도자료 갈무리.

천주교인권위는 “공동체 속에서의 소수자는 단지 다수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회의 불안과 무지에 기인한 온갖 혐오·차별을 받게 된다. 혐오와 차별은 그 집단에만 향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소수자들을 향해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소수자의 인권을 지켜내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이 사회에서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켜내는 소중한 일이다. 소수자의 인권 옹호는 그 당사자의 투쟁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당사자가 아님에도 기꺼이 목소리를 내며 함께하고자 하는 다수자들의 지지와 헌신이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 의미를 짚었다.

‘이돈명인권상’은 한국사회 1세대 인권변호사인 고 이돈명 변호사를 기리며 고인의 1주기였던 2012년 1월 유족들이 기부한 조의금을 근간으로 제정됐다. 이 변호사는 3·1민주구국선언사건, 리영희·백낙청 교수 반공법 위반 사건, 동일방직·원풍모방 시위 사건, YH노조 신민당사 농성 사건 등 시국 사건 변호를 맡으며 옥고를 감내했다. 천주교인권위는 고인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전신인 정법회 고문, 조선대학교 총장, 상지대학교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 사회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애썼으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천주교인권위원회 창립 이사장 등 역할을 맡아 천주교 사회운동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 11월 경남 창원시 성산구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 일대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이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1월 경남 창원시 성산구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 일대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이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이돈명인권상 시상식은 오는 1월1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2호에서 개최된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500만원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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