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일간 고공농성했던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3일부터 같은 처지의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고공농성 중인 대구 영남대의료원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23일 낮에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오랜 친구 박문진이 176일째 투쟁 중인 대구 영남대의료원을 향해 부산 호포에서 부터 천둥같은 걸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김 지도위원은 23일 낮 12시께 자신이 사는 부산 지하철 호포역에서 걷기 시작해 이날 4~5시간을 걸었다. 김 지도위원은 2011년 초부터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안에 있던 85호 크레인 위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했다. 김 지도위원은 1년여 전 암 발병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 지금도 투병중이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직접 쓴 ‘박문진 힘내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항암후유증, 우울증, 지인기피증,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관절통까지 풀옵션으로 앓는 중이라, 그동안 돌보지 못한 아니, 학대한 몸이나 달래려 했는데”라면서 “내 오랜 친구 박문진이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6일째 매달려 있으니 앓는 것도 사치라 걸어서 박문진에게로 갑니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두 사람은 80년대부터 부산과 대구에서 민주노조를 결성하고 지켜온 동료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갈 정도로 각별하다. 박문진씨는 2002년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내다 그해 4월2일 발전노조 파업을 돕기 위한 민주노총 연대파업이 불발되자 책임을 지고 부위원장 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두 사람과 함께 민주노총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한선주 전 공공운수노조 교육실장은 “그 몸으로 길을 나서기까지 얼마나 망설였을지 목이 메인다”며 “길도 모르고 나서는 바람에 어제 거리에서 헤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한 전 실장은 25일 오후부터 김 지도위원과 함께 걷기로 했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김 지도위원이 조합원으로 있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소식을 듣고 24일부터 대구 영남대의료원까지 동선을 짜서 결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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