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촬영 중 스태프들이 도로에서 도주 장면을 촬영하다가 사고가 나 7명이 경상을 입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에 언론 유관 단체가 ‘안전한 드라마제작현장’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는 2020년 2월에 방영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CJ ENM이 지분을 71% 소유한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중이다. 언론 단체들은 CJ ENM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걸 강조했다. 2017년 12월 tvN 드라마 ‘화유기’ 촬영중 스태프 추락사고와 열악한 드라마제작현장을 고발한 고 이한빛PD의 죽음 등이 있었고 그때마다 CJ ENM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다는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안전문제를 증언하고 대책수립요구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지난 11월29일 오전 ‘본 대로 말하라’를 촬영하던 스태프들은 슈팅카에 탑승해 극중 경찰차가 도주차량을 추격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도주차량과 슈팅카가 충돌, 슈팅카에 탄 스태프들이 차량 밖으로 떨어졌다. 6명은 찰과상을 당하고 1명은 얼굴이 찢어져 약 20바늘을 꿰맸다. 중상을 입은 1명은 척추뼈가 골절돼 수술을 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약 1년 6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피해자의 상태가 3개월 재활을 거치면 퇴원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 지부는 이후 조합원인 스태프와 면담해 사고를 외부로 알렸고 CJ ENM 측에 면담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진행된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제작현장 안전사고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사진=정민경 기자.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진행된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제작현장 안전사고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사진=정민경 기자.

이에 언론노조는 정부 관계부처 차원에서는 모든 드라마제작현장에 산업안전 근로감독, 실효성있는 방송제작현장 안전 가이드라인 제작, 방송스태프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대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사와 제작사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 안전보건 상의 조치를 취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특히 언론노조는 “CJ ENM은 2017년 고 이한빛 PD 유가족과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방송제작인력에 대한 적정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외주사와 스탭 간 계약 시, 합리적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및 권고(4대 보험 가입 포함) 등을 약속했으나, 2년이 넘은 지금도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튜디오드래곤은 2018년 9월, ‘주 68시간 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1일 14시간, 1주 68시간 근로시간 준수’하고 △스태프와 계약 시, 일괄 도급계약이 아닌 개별 용역계약을 체결을 약속했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는 드라마 상당수에서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속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2일, 스튜디오드래곤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단 한 차례의 소통도 없이 ‘야외촬영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도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재발방지를 위해 세부적인 드라마제작현장 안전대책을 금일 기자회견 주체단체들과 함께 논의해 만들고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스튜디오 드래곤과 제작사 에이치하우스는 보도자료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스튜디오 드래곤 측은 23일 “피해자 회복상태가 긍정적이고 합의도 원만하게 마무리되어 당사는 안전사고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며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야외촬영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전체 현장 적용에 나섰다. 정착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명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드래곤 측은 “개별 사업자로서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당사는 드라마제작사협회를 통해 지상파 3사와 언론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논의 중인 4자 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표준근로계약 도입과 관련한 업계 전반의 노력과 합의에 당사도 동참할 것을 수 차례 밝혀온 것처럼 앞으로도 드라마 산업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사인 에이치하우스는 언론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사실과 다르고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에이치하우스는 “피해자 측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번 사고가 일방적으로 이슈화된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와 관련 방송스태프지부 측에서 주장한 사항들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도 아니다”라며 “당사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재활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에이치하우스는 피해자의 상태에 대해 “‘수술 이후 경과가 좋으며, 이달 말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약 3개월의 재활기간 거쳐 퇴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는 “기자회견은 이번 사고 피해 당사자 개인을 드러내고 이슈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제작사와 방송사의 진정성 있는 노력, 향후 드라마 제작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 공론화를 위해 준비됐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께서 기자회견과 사건 공론화 과정으로 불편과 고통을 겪으셨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최단체들이 피해자께 연락드려 풀어야 할 문제”라며 “제작사와 방송사는 입장문을 통해 공언한대로 자기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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