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은 “시청자 여러분이 꿈꾸는 내일에 따뜻한 한 줄 바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라고 약속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를 앞둔 요즘 풍전등화 신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경기방송 재허가 보류를 결정하면서 겉으론 ‘경영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현준호 전무이사의 전횡에 따른 논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지난 8월 총괄본부장이었던 현준호 전무이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간부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대통령 비하 발언을 했다. 이어 경영과 편집의 독립이란 경계를 무너뜨리고 방송을 무기로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추가 증언도 나왔다.

경기지역 한 언론인은 “현준호 본부장이 경기방송에 온 이후 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경영진으로부터 인정 받으면서 전횡을 일삼아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고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아온 문제가 터졌다”고 말했다. 경기방송 위기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얘기다.

경기방송은 경영 투명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경기방송 대주주는 호주건설이다. 2대 주주는 심기필 회장이다. 호주건설은 심기필 회장의 차명주주라는 의심을 한때 받았다. 나머지 주요 주주와 심기필 회장을 특수관계인으로 볼 정황도 있다. 현준호 전무이사 역시 경기방송 지분을 갖고 있다.

노광준 전 제작팀장과 윤종화 전 보도팀장이 현준호 전무이사의 ‘막말’을 폭로했던 이유 중 하나도 불투명한 경영권 아래 실세로 인정 받은 사람의 전횡을 막지 않으면 시청자와 약속한 경기방송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봐서다.

두 사람을 해고한 과정도 엉망이다. 경기방송 징계위원회는 두 사람 해고 사유를 “사적인 자리에서의 흔한 대화 내용을 사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 발설함으로 인해 발생된, 한마디로 귀하가 사원으로서 회사 차원에서 대화로 논의돼야 될 가벼운 사안을 사원의 본분에 어긋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 행위라고밖에 말할 수 없으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방송사 주요간부가 대표이사까지 있는 자리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비하 발언한 게 어떻게 ‘가벼운 사안’인지 의문이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특히 당사자인 현 전무이사는 한때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현 전무이사는 지난 8월 19일 직원 전체회의에서 공개 사과하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전무이사는 미디어오늘 기자와 주고 받은 문제메시지에서도 이렇게 밝혔다.

“전 오늘 직원 조회에서 모두 접겠다고 사퇴의사를 밝혔으니 그만 합시다. 나도 좀 쉬고 싶네요. 참 그리고 과정 경위가 어떻든, 사석이라 하더라도 나의 여러 말 때문에 물의를 끼쳐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나는 극우파도, 친일파도, 매국노도 아닙니다. 너무 일방적 매도 하지 말아주시고, 매도 당한 것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만 두기로 한 겁니다.”

현 전무이사 때문에 엉뚱하게 사퇴한 사람은 박영재 대표이사다. 이후 경기방송 이사회는 현 전무이사를 복귀시키고 2명의 내부 고발자를 해고했다. 박영재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았던 사람이 현준호 전무이사인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논란 당사자가 책임 지기는커녕 오히려 전무이사로 승진하고 대표이사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현준호 전무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기만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방통위는 현 전무이사를 의견진술차 불렀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해외 출장을 떠났다. 미디어오늘은 2차 의견진술과 재허가 최종 심사를 앞두고 해외 출장 간 건 위기의식이 없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를 보냈지만 현준호 전무이사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경기방송은 시청자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현준호 전무이사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경기방송 재허가를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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