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에 이어 국내 영화 ‘백두산’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부른 가운데 하루빨리 영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 통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와 주목된다.

20일 서울 충무로 영화교육 허브센터에서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영대위) 후원으로 열린 ‘스크린 독과점 문제: 앞으로 필요한 전략과 전망’ 토론회에서는 “대기업 입김 때문에 독과점을 방지하는 영화 관련법이 통과되고 있지 않다”는 의견과 “달라진 환경에서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은 실효성이 없는 부분도 있어 좀 더 세심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맞섰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화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영화 ‘백두산’이 ‘겨울왕국2’에 이어 또 스크린을 독과점했다”며 “백두산은 개봉일 상영점유율 44.5%, 좌석점유율 50.6%를 기록했다. 이는 총 상영작 128편의 상영 횟수 중 44.5%를, 좌석 수 중 50.6%를 차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올해만 해도 영화 13편이 스크린을 독과점했고 3사 극장 체인이 매출 97%를 독차지하는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영화 산업 내에서 자율적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영화영상법전’과 ‘편성약정’에 의거해, 상영의 경우 스크린 15~27개를 보유한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는 최다 4개 스크린만 점유할 수 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프랑스 사례를 들며 “정부와 국회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영화 생태 환경이 회복할 수 있도록 영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논의될 때 나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일 토론회 ‘스크린 독과점 문제, 앞으로 필요한 전략과 전망’에서 성상민 문화 평론가는 “이미 모든 권력이 한국·할리우드 계열의 대형 배급사, 국내 대형 배급사가 소유한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철저하게 재편된 상황에서, 공고하게 유지된 시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 평론가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이) 단순히 CJ ENM이나 롯데컬처웍스 같은 대기업의 입김이 센 탓으로 보기만은 어렵다”며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 영화투자 배급사가 직접 극장을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반대 입장의 반독과점영대위 측은 이런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충무로에서 열린 스크린 독과점
▲20일 오후 서울 충무로에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 앞으로의 전략과 전망에 관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영화법 개정안에는 영화 투자 배급사가 극장을 직접 소유하는 걸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지, 또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성 평론가는 “2010년 초중반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이런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고 실제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도 있었으나 몇 년 후 과징금이 취소되면서 공정위가 잘못된 징계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며 “특히 미국의 ‘파라마운트법’도 시장 환경을 이유로 법 폐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 새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부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영화진흥위의 민·관 거버넌스가 여전히 빈약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 등) 하향식 문제 해결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배장수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은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나 패널은 아니었지만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현재 발의돼있는 관련 영화법들의 빠른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배장수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은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나 패널은 아니었지만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현재 발의돼있는 관련 영화법들의 빠른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페이스의 원승환 관장 역시 “최근 개봉했던 영화 ‘벌새’의 경우 좌석점유율이 높게 나와도 배정된 스크린 규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무리 입소문을 타도 스크린이 많아지지 않는다”며 “현재 영화 시장에서는 각자 정해진 영역 안에서 정해진 파이만 가져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정 영화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과는 별개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배장수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은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 4개가 이미 발의돼 있다. 하루빨리 이 법들에 대한 논의에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기업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 입김 때문에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법안 논의가 밀리고 있다. 논의를 확장만 해서는 안 되고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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