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이 자사가 주관하는 대한민국인권대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정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인권신문은 지난 11일 보도에서 “금번 대한민국인권대상 대상으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선정됐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10만명이 넘는 임직원을 고용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삼성 계열사로는 최초로 삼성전자 노동조합 결성을 뒷받침한 점을 크게 인정받아 대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인권대상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사회 전문 분야에서 자유, 정의, 인권 향상과 권익 보호,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공헌, 활동 중인 인물들을 선정해 시상함으로써 모든 개인의 기본적 인권 보호 및 향상을 고취하고 귀감이 되도록 하는 상”이다.

▲ 한국인권신문은 지난 11일 보도에서 “금번 대한민국인권대상 대상으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인권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 한국인권신문은 지난 11일 보도에서 “금번 대한민국인권대상 대상으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인권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인권신문은 이 밖에도 대한민국인권대상 청년복지부문 수상자로 박원순 서울시장, 사회나눔봉사부문 수상자로 암 투병 중인 가수 겸 개그맨 김철민씨, 국가인권확산부문 수상자로 조영선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지난 17일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 부회장 본인이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파기환송 재판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이 인권대상 수상자로 적합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인권신문 측은 대상 선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배재탁 한국인권신문 편집국장은 20일 오후 통화에서 “원래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을 주기로 했는데 며칠 전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 실형 선고 관련) 신문 보도도 있어서 대상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 국장은 ‘선정 자체가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 “어쨌든 취소가 됐으니까”라고 답했다.

배 국장은 지난 10월11일자 보도(“‘애국기업’ 삼성전자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에서 “삼성전자는 정말 대단한 자랑스런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삼성전자만 직원 수가 10만명이 넘는다. 관련 기업과 협력업체에 삼성전자 때문에 먹고 사는 상인이나 음식점 등에 그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삼성전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수는 최소 수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는 “심지어 삼성전자는 2018년 영업이익의 30% 가까운 16조8200억원의 세금을 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기업들과 싸워가며 번 돈으로 많은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이 정도면 ‘애국기업’이며, 기업 중 BTS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한국인권신문 2019년 10월11일자 칼럼 “‘애국기업’ 삼성전자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사진=한국인권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 한국인권신문 2019년 10월11일자 칼럼 “‘애국기업’ 삼성전자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사진=한국인권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 공장 노동자 직업병 문제를 제기해온 이종란 노무사는 20일 통화에서 “그 소식을 듣고 참 황당했다. 노동자 인권 문제에서 낙제점을 받아온 재벌 총수에게 인권 대상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삼성 백혈병 문제만 해도 11년을 싸웠다. 이 시기 동안 삼성은 직업병 문제를 외면하다가 작년에 겨우 보상 문제가 봉합됐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노조 와해로 실형을 선고받고 아직도 삼성 해고 노동자가 200일 가까이 고공농성 중이다. 이재용의 인권대상 수상 이야기는 정말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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