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현지시간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언론은 대부분 이 소식을 20일 지면 1면으로 다루고 상원에서는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상원 가결은 어려울 확률이 높지만 미국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부결 가능성이 높아 직위에 대한 문제보다는 사회 양극화 현상의 문제라고 짚었다. 

20일 주요 9대 종합 일간지(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지면 가운데 국민일보만 해당 소식을 1면에 싣지 않았다. 다음은 주요 종합일간지 기사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한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면 “미국 하원 ‘트럼프 탄핵소추안’ 통과…역대 3번째 오명”
국민일보 8면 “트럼프 탄핵 최종 관문 상원…절차 허점 많아 불꽃 공방 예상”
동아일보 1면 “재선 가도에 ‘탄핵 블랙홀’”
서울신문 1면 “트럼프, 굴욕의 날”
세계일보 1면 “美하원, 트럼프 탄핵안 가결…두쪽 난 미국”
조선일보 1면 “美사상 세 번째 트럼프 탄핵소추안 하원 통과”
중앙일보 1면 “트럼프 탄핵안 미 하원 가결 상원선 힘들 듯”
한겨레 1면 “트럼프 탄핵안 미 하원 통과”
한국일보 1면 “트럼프의 굴욕 하원서 탄핵된 세 번째 美대통령”

현지시간 18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431명 중 427명이 참여한 결과, ‘권력남용’ 안건은 찬성 230표(반대 197표)로, ‘의회 방해’ 안건은 찬성 229표(반대 198표)로 각각 가결됐다.

권력남용 혐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4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대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혐의에 관한 것이다. 의회 방해 혐의는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하원 민주당 의석은 233석이고 공화당 의석은 197석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탈표 없이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공화당이 이처럼 단결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의 급진좌파들은 질투와 증오,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며 “그들은 미쳤다”고 전했다. “무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행진”이라고 말했다.

▲20일 조선일보 1면.
▲20일 조선일보 1면.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가결 소식을 전하며 상원에서의 통과 가능성은 낮게 봤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제 탄핵안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하원과 달리 상원은 공화당이 총 100석 중 53석, 민주당이 45석, 무소속이 2석을 차지하고 있어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에선 과반만으로 탄핵안 통과가 가능하지만 상원에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한겨레도 1면 기사에서 “탄핵안은 상원에서 3분의 2인 67명이 찬성해야 가결되는데, 공화당이 53석이어서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탄핵안은 내년 초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심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탄핵에서 재확인된 미국 사회의 당파적 분열과 대립은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아예 1면 기사 제목을 “트럼프 탄핵안 미 하원 가결 상원선 힘들 듯”이라고 썼다. 

상원 통과 가능성이 낮아 이번 하원의 탄핵 가결안은 대통령 직위에 대한 문제보다 정치의 양극화 현상과 사회 내 분열이 가속화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된다.

▲20일 한국일보 8면.
▲20일 한국일보 8면.

한국일보는 8면 기사 “‘트럼프 탄핵’ 두 쪽 난 미국… 진영 갈등 불만 지폈다”에서 “이번 탄핵 가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위나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보다 ‘트럼프 시대’에 극심해진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진영 간 증오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우선 하원에서 10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충돌한 장면이 대표적이며 미국 언론이 진행한 여론조사 등에서도 반이 갈린 의견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도 2면에서 “이번 탄핵은 미국 사회가 양극단으로 얼마나 나뉘어 있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이날 탄핵안 표결에서 공화당은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고, 민주당은 탄핵 혐의 중 ‘권력 남용’에서 2표, ‘의회 방해’에선 3표의 이탈표만 나왔다. 양당 의원이 찬반으로 똘똘 뭉친 것”이라고 썼다.

이에 미국 사회구조에 대한 재고 의견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8면 기사에 “우리가 정치 전반의 시스템을 재고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새로운 비전이 시스템 외부에서 나와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인 듯 하다”고 한 현대사학자 존 루이스 개디스 예일대 교수의 말(뉴욕타임스)을 인용했다.

▲20일 동아일보 사설.
▲2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번 미국 하원 탄핵안 가결로 인해 북과 관련된 전망이 안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탄핵 변수는 리스크를 높여 기대수익을 키우는 그의 승부사 기질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도발 협박으로 가뜩이나 불안정성이 높아진 한반도에는 당장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불가측성이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진폭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정부는 각별히 경계하면서 선제적 외교로 대처해야 한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한미동맹까지 판돈으로 전락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을 펼쳤다.

▲17일 뉴스1의 기사(왼쪽)와 수정된 제목(오른쪽).
▲17일 뉴스1의 기사(왼쪽)와 수정된 제목(오른쪽).
▲19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기사.
▲19일 허프포스트코리아의 기사와 페이스북 소개글.

한편 이번 트럼프 하원 탄핵 기사를 두고 신문과 달리 온라인 중심의 언론사들은 ‘트럼프 탄핵’ 식의 자극적 제목을 사용했다. 이는 ‘하원 탄핵’ 등을 제목에 넣은 지면 매체와 달랐다. 뉴스1은 17일 “트럼프, 이틀 뒤 세 번째 ‘美 탄핵 대통령’ 불명예 안는다”고 기사를 송고했다가 “트럼프, 이틀뒤 탄핵소추안 표결 맞아… 하원에선 가결될듯”이라고 수정했다.

19일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속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했됐다”라고 제목을 뽑고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탄핵 가결’이라고 썼다. 해당 기사들의 댓글 등에는 “하원에서만 탄핵이 가결된 것인데 마치 탄핵이 최종적으로 가결된 것이라고 썼다”는 식의 지적이 있었다. 이후 해당 기사 제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로 수정됐다. 

지면 신문들은 ‘하원에서 탄핵 가결’임을 제목에 넣은 신문이 대부분이었고 상원에서의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강조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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