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에서 주요 책임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자 삼성전자 등은 “건강한 노사 문화를 정립해가겠다”고 밝혔다. 창립 81년 만에 ‘무노조 정책’을 거스르는 공식 발언을 내놨다.

19일 이를 다룬 조선·동아일보와 한겨레·경향신문의 논조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겨레와 경향은 잘못된 행태가 이제야 바로 잡혔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조선·동아일보는 무노조 경영에 어떤 가치평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아일보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 없다’는 관계자 입장을 실었고 조선일보는 ‘노조가 우후죽순 설립’될 거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 17일 법원의 삼성전자 노조 와해 사건 선고 직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도 징역 1년6개월,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 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밖에 기소된 계열사 임직원 20명도 유죄가 인정됐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 수리기사가 불법파견 관계라는 점도 처음으로 인정됐다.

▲19일 한겨레 1면
▲19일 한겨레 1면
▲19일 경향 10면
▲19일 경향 10면

한겨레는 뒤늦게 “6년 만에 단죄가 이뤄졌다”고 봤다. 사건의 핵심 증거인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2013년 이미 공론화됐다.

경향신문도 이번 판결이 2013년 고용노동부가 잘못 내린 결론을 바로 잡았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2013년 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근로감독을 벌였지만,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냈다”며 “이후 정현옥 전 노동부 차관,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 삼성과 유착해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노동부 감독 결과 발표 전 작성된 보고서 3건이 삼성에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동아·조선일보의 보도에 이런 사건 맥락은 없다. 동아일보는 “(삼성의 18일 발표가) 81년간 ‘비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삼성의 정책에 중요한 분기점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노조 탄압이라는 논란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기존의 노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라며 ‘일부 계열사를 넘어 삼성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의미가 크다’고 봤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 없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병철 회장이 ‘회사에 노동조합을 둬선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삼성 내부에서도 ‘창업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안 된다고 한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사실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무노조 경영보다 노조 설립 확대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봤다. 조선일보는 “재계에선 국내에서 19만여명의 직원을 둔 최대 사업장인 삼성그룹이 자칫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의 세 불리기용 격전장이 되고 노조의 경영 간섭, 노사(勞使)·노노(勞勞)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19일 동아 10면
▲19일 동아 10면
▲19일 조선 2면
▲19일 조선 2면

무노조 정책을 삼성의 성장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2018년 한 해 평균 99.9건의 노사 분규가 발생했지만 삼성은 이러한 노사 분규에서 자유로웠다”며 “노조가 있었다면 반도체 선제 투자가 가능했겠느냐.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된 데에는 무노조 정책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말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재계에서는 포스코처럼 삼성 역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의 격전장이 될까 우려한다”며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수적인데 노조의 경영 간섭이 심해지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놓칠 위험도 있다. 파업이 잇따르면 해외 수주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된 뇌물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의 재판과 수사도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0년8개월~16년5개월의 징역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겨레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이미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될 예정”이라며 “참여연대는 최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합병으로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동아 사학 족벌경영 폐단에도 무딘 시선

교육부는 18일 ‘제15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사학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사학 재단 임원의 친·인척 가계도가 공개되고 이들의 개방이사 임명은 금지된다.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을 총장에서 사장, 상임이사 등까지 확대하며 적립금 공개 범위도 확대한다. 적립금 기금운용심의위에 교직원과 학생 참여도 의무화한다. ‘1000만 원 이상 배임·횡령’한 임원의 취임은 승인 취소할 수 있다.

서울신문은 “사학 비리의 온상인 ‘족벌경영’이 수술대에 오른다”고, 세계일보는 “일부 사학에서 드러난 ‘족벌 경영’을 타파하는 것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았고 사학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고 평했다.

▲19일 서울신문 10면
▲19일 서울신문 10면
▲19일 동아 2면
▲19일 동아 2면
▲19일 조선 14면
▲19일 조선 14면

조선·동아일보 지면엔 사학 관계자의 반발이 더 비중있게 실렸다. 동아 2면 “사학 옥죄는 정부… 대학들 “손발 다 묶으면 경쟁력 어떻게 키우나” 기사는 교육부 안이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교육부가 교사, 지역 주민,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강화되는 것을 두고 위헌이라 반발하는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입장을 주로 전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조선에 "전교조 교사와 그를 지지하는 학부모가 학운위에 들어가면 해당 사립학교는 친(親)전교조 학운위가 사실상 접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14면 “사립학교 예산, 학운위가 좌지우지… 사학들 "위헌적 조치")

▲19일 한겨레 1면
▲19일 한겨레 1면

일본 ‘미투 운동’ 상징 이토 시오리 기자, 법정 승리

일본 ‘미투운동’의 상징인 기자 이토 시오리가 가해자인 야마구치 노리유키 전 TBS기자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도쿄 지방법원은 18일 ‘음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당했다’는 이토씨의 주장을 인정하고 야마구치 전 기자에게 330만엔(약 3500만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야마구치 전 기자는 이토씨의 손배 소송에 반발하며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1억3000만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성폭행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공표한 행위는 공익 목적이 있고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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