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달부터 교도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에 우편·차입을 통한 도서반입을 불허한 조치에 시민사회·법률단체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수자인권위원회·사단법인 두루·전쟁없는세상·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정시설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가로막는 도서반입 불허에 헌법소원 등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 11일 교정시설 수용자가 우송·차입 형태로 도서를 들여오는 것을 원칙 불허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법무부 지침)’을 전국 교정시설에서 시행했다. 책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민원실을 거쳐 들여오는 것(차입)을 금지해, 수용자가 영치금으로 사는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

단체들은 “법무부 지침이 헌법이 보장하는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 제기 사유를 밝혔다.

소송 대리인단에 참여하는 박한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법무부는 금지물품 반입을 막기 위해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금지물품은 편지, 약통, 수용자·교도관 등 여러 경로로 들어온다. 모든 교정시설에 우송·차입도서를 전면 불허한다는 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집행법 27조(금품 교부)와 47조2항(신문 등 구독)은 ‘원칙적 허가, 예외적 불허’를 규정해, 지침은 법률유보 원칙도 반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법무부는 불허 조치 직후 기사가 쏟아지자 다시 입장을 내 수용자 신청과 상담을 거쳐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어떤 책인지 따지지 않고 일괄 불허하거나 담당 공무원이 자의로 불허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재훈 도서출판 경계 대표가
▲최재훈 도서출판 경계 대표가 18일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소송 당사자인 여옥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15년 간 병역거부로 수감된 동료들을 면회하면서 지난달 처음으로 책 반입이 금지됐다. 도서접근권은 수감자들이 갇힌 몸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고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권리”라고 했다. 여옥 활동가는 지난달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료를 면회해 ‘82년생 김지영’ ‘내 청춘의 감옥’ 등 책을 전하려 했으나 소측이 불허했다. 군산교도소에선 ‘병역거부-변화를 위한 안내서’ 차입이 불허됐다. 

해당 수용자 A씨와 B씨는 이날 헌재에 법무부 지침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의정부교도소의 불허처분 취소와 국가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도 의정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군산교도소의 불허 처분에도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군산교도소가 반입 불허한 ‘병역거부-변화를 위한 안내서’를 낸 ‘도서출판 경계’의 최재훈 대표는 “출판계 종사자 모두 이 조치가 명확하게 잘못됐다고 본다. 법무부는 아마 이번 조치가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주장할 텐데, 지침이 검열기제로 작용하면서도 저항하기 애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그는 “수용자들은 일일이 영치금으로 책을 신청할 때마다 사상의 자유를 제한 당하고 자기검열하게 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소수자인권위원회·사단법인 두루·전쟁없는세상·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사단법인 두루·전쟁없는세상·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 제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 단체는 “법무부 지침이 향후 위헌 결정을 받더라도, 신청인과 수용자들은 짧아도 수년 간 책을 받아보지 못한다. 이는 금전배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기본권 침해”라며 “헌재가 헌법소원 결과에 앞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수용자들이 겪는 고통을 멈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재 민원실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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