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PD는 누구였을까. 유력 후보가 있다. 올해 1월부터 달려온 노무현재단의 유튜브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연출해온 유지연PD다. 

‘알릴레오’는 최근 주목받는 ‘유튜브저널리즘’의 대표사례로 올 한 해 언론계는 물론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1년 전 8000여 명에 불과했던 재단 채널 구독자는 ‘알릴레오’ 등장 이후 17일 현재 107만 명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1월1일 티저를 시작으로 총 190여편의 영상을 올렸으며, 16일 현재 총 조회수는 약 5991.3만 회, 총 시청시간은 약 1859.1만 시간이다. 방송 1편당 평균 시청 지속시간은 약 22분이며, 라이브방송에선 14만 명에 가까운 동시 접속자수도 기록했다. ‘알릴레오’ 제작진은 지난 15일 노무현재단 후원 회원들과 함께 100만 구독 유튜브 채널만 받을 수 있는 ‘골드버튼’을 언박싱했다. 

‘알릴레오’는 유지연PD의 손에서 탄생했다. 국회방송과 국민TV를 거친 유PD는 2017년 초 노무현재단에 입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으로, 일정 기간 노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재단으로 이끌었다. 재단이 보유한 각종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영상을 통한 소통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노무현재단 뉴스를 만들었지만 잘 안 됐다. 그러던 차에 유시민 이사장이 재단에 ‘입사’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시민의 알릴레오'.

“이사장께서 우리도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 논의는 팟캐스트로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유튜브를 의식하지 않았다. 이사장도 유튜브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이사장에게 역제안했다. 요즘 세대는 귀만 듣더라도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사장이 직접 나와달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를 정복하겠다”던 이사장의 외침은 현실이 됐다. 

‘알릴레오’는 1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기획 의도는 참여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며 “허리가 잘린 정책”들을 조명하고 문재인정부의 의미 있는 정책을 집중분석·소개하는 일명 ‘시사EBS’였다. 막말없는 고품격 교육방송을 지향해온 덕분에 아직까지 ‘노란 딱지’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1회 방송이었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출연방송의 조회수는 17일 현재 280만.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고 ‘시청자’들의 요구는 다양했다. ‘고칠레오’라는 이름으로 악성 루머에 대응하는 코너가 등장했지만, 좀 더 현안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달라는 요구가 컸고 결국 포맷은 위클리로 바뀌었다. 시즌2에서는 아예 매주 화요일 라이브방송 편성에 나섰다. 

그는 ‘알릴레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제작 자율성’을 꼽았다. “무언가 기획했을 때, 무언가 하고자 했을 때,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홍카레오’를 제안했을 때도 누구도 막지 않았다. 이사장은 편집권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PD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이사장 발언의 3분의1을 편집한 적도 있지만 편집권에 대해선 전적으로 맡겨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이사장은 호기심이 왕성한 분이어서, 항상 새로운 걸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이라고 했다. 덕분에 호흡이 좋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연출을 맡고 있는 유지연PD.
▲'유시민의 알릴레오' 연출을 맡고 있는 유지연PD. ⓒ유지연PD 제공

현재 내부제작 인원은 유PD를 포함해 총 4명. “나는 일주일 내내 알릴레오를 하는 사람”이라는 유PD의 자기소개는 사실이다. 보통 화요일에 ‘알릴레오’ 본방송 녹화를 하고 연이어 라이브까지 소화한 뒤 밤을 새우고 수요일에 가편, 목요일에 종편을 한다. 목요일에도 밤을 새워야 금요일 오후 8시 공개 일정을 맞출 수 있다. 항상 어려운 일은 섭외다. “이사장이 예정에 없는 질문을 해도 받을 수 있는 내공의 출연자를 데려와야 한다. 우리는 출연자에 따라 프로그램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에 섭외가 가장 까다롭다. 출연자를 정하는 일은 작은 인사청문회에 가깝다.” 

유PD는 12년간의 PD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알릴레오가 끝날 때까지 내 삶은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제작에 나설 수 있는 힘은 ‘알릴레오’에서 나온다. 그는 “기성언론이 전하지 않는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했을 때 굉장히 뿌듯하다. 피상적인 것만 짚지 않았다고 스스로 느낄 때, 한 편의 방송을 보고 사안에 대해 다 이해가 됐다는 피드백이 올 때 굉장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채널의 영향력이 높아지며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일명 김경록PB 국면이다. 유PD는 당시를 회상하며 “하루에 한 장씩 입장문을 써야 했던 것 같다. KBS와의 싸움처럼 되어버려서 대응이 어려웠다”고 전한 뒤 “처음엔 우리가 녹취를 공개하지 않았더니 짜깁기 방송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음성파일을 들으면 김경록씨가 (검찰에 증거인멸을 인정한다는)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맥락이었고, 3분짜리 녹취록 A/S를 내보냈는데 이건 아무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3일 진행된 이사장과 김경록PB 인터뷰를 두고 언론은 ‘알릴레오’ 제작진이 김경록씨의 ‘증거인멸을 인정했다’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보도했고, 제작진은 텍스트만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대화의 전후 맥락,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2분30초의 음성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그러나 국면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유PD는 “몇 차례 사과방송을 하면서 의아했다. 왜 (기성언론은) 정정도 하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잘못을 고집하는 언론의 태도가 아쉬웠다”고 했다.

‘알릴레오’는 그간 논란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 충실히 해명하고 바로잡았으며, 명확히 사과했다. 그러나 기성언론의 태도는 달랐다. 그리고 김경록PB 국면이던 10월 말 이사장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고, 일제히 관련보도가 쏟아졌다. 당시를 가리켜 유PD는 “9월에도 이사장에 대한 고발이 있었는데 그때는 기사화되지 않았다”며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생각했다. 패거리 문화가 느껴졌다”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시민의 알릴레오'.

‘알릴레오’를 가리켜 혹자는 대안언론으로, 혹자는 진영언론으로 명명하고 있다. 분명한 건 ‘알릴레오’가 언론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유지연PD는 ‘알릴레오’가 고품격 시사토크프로그램에 가깝다고 설명하며 “60분짜리 뉴스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의 입맛대로 구성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유PD는 “사실을 취합해 입장을 갖고 논평하는 게 저널리즘이라면 우리는 언론”이라고 밝히면서도 “기성 언론의 잣대에 우리를 맞추고 싶지 않다. 이제는 언론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이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에서 ‘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했던 이사장의 발언 탓에 ‘알릴레오’는 종종 어용방송으로 명명되는데, PD의 생각은 다르다. “이사장께서도 입버릇처럼 ‘우리는 편파방송이니까’라고 말씀하시지만 맞장구친 적은 없다. 검찰개혁 중심의 아이템 선정은 조국 전 장관을 비호하려는 게 아니라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든지, 검찰의 정치적 행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제작과정에서는 팩트체크와 정정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방향은 탐사보도의 한 유형일 수도 있다.”

‘알릴레오’는 내년 총선에 맞춰 또 한 번 진화할 계획이다. 유PD는 “유튜브가 등장하고 처음 맞는 총선이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남다르다”며 좋은 영향력을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나 관건은 섭외다. 유PD는 “야당 인사 섭외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말고는 아무도 출연에 응하지 않았다. 홍카레오 이후 ‘홍준표 효과’를 기대했지만 그 뒤에도 나오는 분은 없었다”며 “야당의 발언을 충분히 경청하며 품격있는 방송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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