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분리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홍석현 사장의 부친으로 중앙일보 사장을 역임했던 고 홍진기씨의 아호를 딴 ‘유민문화재단’을 설립해 중앙일보의 소유주체로 삼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소유하고 있는 중앙일보 주식을 양도받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중앙일보의 분리는 일단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재벌언론의 폐해는 새삼 입에 담을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신문지면이 특정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론의 장으로 전락하고, 재벌로부터 지원받은 물량으로 불공정 거래를 일삼으면서 신문시장을 교란시켜왔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 아닌가.

그런 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언론이었던 중앙일보의 분리는 만시지탄의 감이 앞서는 진전된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분리가 재벌언론의 폐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조치라고 평가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번의 분리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중앙일보의 홍석현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인척이다. 구조적으로, 그리고 법률적으로는 삼성으로부터의 분리가 이루어지더라도 삼성과의 ‘특수관계’는 인(人)의 사슬로 온존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중앙일보는 유민문화재단을 만들어 각계 명망가를 이사로 위촉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중앙일보 경영에 권한과 책임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상 홍사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중앙일보 분리 추진은 재벌언론의 형식적 해소와 동시에 족벌언론의 새로운 등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특정 재벌과 긴밀히 ‘연결’된 족벌언론이 탄생하는 것이다.
언론계에서 중앙일보의 분리를 ‘절반의 분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일보와 같이 과거 재벌언론이었다가 먼저 분리절차를 밟은 경향신문이나 문화일보의 경우 모기업이었던 한화그룹, 현대그룹과의 완전분리로 결말 지었을 뿐만 아니라 소유구조도 사원지주제와 같은 ‘공공적’ 성격으로 전환해 ‘완전한’ 분리를 이룬 점에 비견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가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면을 통한 유무형의 삼성지원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은 ‘기본’에 속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특정인으로의 주식 집중에 따라 초래될 족벌언론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주에 의한 편집·인사·경영의 전횡이 이루어지는 기존 족벌언론과 같은 구태가 되풀이 될 경우 ‘포장만 바꾼 사유화’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족벌언론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기간행물의 등록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언론개혁시민연대에 의해 이미 국회에 입법 청원돼 있는 점도 따라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한때 논란이 됐던 분리과정에서의 특혜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중앙일보 스스로가 “적법한 절차와 방법으로 분리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언론계 내외에서는 아직까지 의혹과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혜 분리’가 언론계에 미칠 영향은 물론이요 그것이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재벌 계열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계에서 부당내부거래의 소지가 있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고 있는 자산매각과정 등에서 정상적이고 시장원리에 충실한 투명거래를 이룸으로써 언론계의 의혹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중앙일보는 보여줘야 한다.

중앙일보의 분리가 언론계에 던지는 파장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재벌언론의 ‘마감’이 형식상의 행위로만 그칠지 아니면 ‘사실상의 마감’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중앙일보의 뼈를 깍는 자기 변신의 노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중앙일보의 거듭남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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