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는 불법 운수업이란 문제제기에 ‘승차 공유’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요기요’ 라이더들은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라이더들은 요기요와 합병을 발표한 ‘배달의 민족’에 단체교섭을 요구한다. 플랫폼 서비스 시장이 심화하는 가운데 초창기 각광받던 ‘공유경제’ 개념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학교 미국법센터는 ‘인터넷 기반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스카이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양자가 자원과 보상을 주고받으며 자원활용도를 높인다’는 공유경제의 당초 의의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진단했다. 플랫폼업체가 이윤 추구에 나서면서 기존 시장과 한몸이 됐고, 플랫폼 형식은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는 도구로 쓰인다.

비나 뒤발(Veena Dubal) 캘리포니아 대학교 헤이스팅스법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화상 참여를 통해 “미국에서 우버(Uber)와 리프트(Lyft) 같은 플랫폼이 거대해졌지만 자유로운 교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버가 사업을 시작한 샌프란시스코에서 100건 이상의 우버 기사들을 인터뷰하는 등 택시 서비스가 우버로 가는 전환기를 연구했다.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학교 미국법센터는 ‘인터넷 기반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스카이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학교 미국법센터는 ‘인터넷 기반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스카이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비나 뒤발 캘리포니아 대학교 헤이스팅스법대 교수가 16일 ‘인터넷 기반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 세미나에서 화상으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비나 뒤발 캘리포니아 대학교 헤이스팅스법대 교수가 16일 오픈넷 등이 주최한 ‘인터넷 기반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 세미나에서 화상으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뒤발 교수는 우버 플랫폼을 두고 우버가 사유화한 시장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우버는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고 지시한다. 가격과 임금정책을 정한다. 우버 기사에게 주는 급여는 서비스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우버가 얼마나 주고 싶은가’에 따라 달라진다. 우버는 독립계약자 신분인 기사와 노무계약을 일방으로 끝낼 수 있다. 

반면 우버 기사는 점점 업체에 종속된다. 뒤발 교수는 이들이 대부분 자기 차량을 쓰지 않고, 우버나 제3업체를 거쳐 사거나 빌린다고 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다수 기사가 전일제로 일하고, 파트타임 기사도 부가소득이 아닌 생계유지를 위해 일한다. 뒤발 교수는 “독립계약자 신분인 이들은 급여에 대한 권리나 교섭권도 없고, 산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한다. 하루 16시간씩 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의회를 통과한 AB5(Assembly Bill 5) 법안은 이 같은 모순을 잡아냈다. 공유경제 시장이 호혜 원리가 아닌 기업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뒤발 교수는 “법안이 독립계약자와 노동자 구분 기준으로 내놓은 ABC 테스트는 노동자가 놓인 구체적 여건을 가지고 노동자성을 판단하는데, 핵심은 ‘업무 성격이 그 회사가 통상 수행하는 사업과 달라야 한다’는 조항”이라고 했다. 우버 기사들은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노동자로 인정받는다. 그는 사측의 지휘‧감독을 잣대로 노동자성을 판단할 경우 주관이 개입하고, 기업이 이를 우회할 방편을 찾아낸다고 했다.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면 공유경제만의 ‘유연성’도 사라질까? 뒤발 교수는 기존 노동과 플랫폼노동에 질적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기존 우버 시장도 유연성이 많지 않다. 우버 기사들도 특정 시간엔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택시운전사들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누리는데, (택시를) 장기대출한 경우 원치 않으면 운전하지 않기도 한다.”

▲김공회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공회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6일 오픈넷 등이 주최한 ‘인터넷 기반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 세미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공회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유경제가 그냥 경제가 돼버렸다”고 했다. 공유경제 시장이 기존 시장과 다를 바 없어졌단 얘기다. 

‘공유’ 개념은 플랫폼이 이윤을 추구하며 무색해졌다. 플랫폼은 만남을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당사자에게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거래 성사로 수익을 올리려 서비스 질과 가격 통제에도 나섰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의 인적 사항을 요구했고, 타다 등 플랫폼들도 차량과 기사를 표준화했다. 김 교수는 “플랫폼이 통상 기업으로 변질해 기존 업계와 경쟁하기 이르렀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음식배달과 차량공유 서비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럴수록(플랫폼이 갖추는 게 많아질수록) 노동자는 빈털터리로 시간과 노동력만 가지고 시장에 들어온다”며 “지금의 공유경제는 대규모 실업과 불안정 고용, 노동자 소득 감소를 배경으로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유경제 기업이 권력을 지닌 기존 사업체와 갈등하며 탄압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시장 안 이해 다툼이라고 했다. 그는 “플랫폼은 모바일‧인터넷 기반이란 특수성과 자본주의의 보편성을 함께 지녔고, 현재 후자의 성격이 커졌다”며 “공유경제가 불평등 해결에 도움 된다는 주장은 ‘노인이 폐지 줍는 행위가 노인빈곤 해결에 도움된다’는 만큼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이날 포럼의 취지를 밝히며 “인터넷 공간이 세계 각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 인터넷 기반 업체들이 경제 불평등도 완화하리란 기대를 받았지만 비정규 일자리를 확대하는 도구가 될 위험도 안고 있다. 공유경제 산업 흐름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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