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뒤이은 미투 운동 등으로 언론사에서도 젠더 기사가 늘고, 언론사 내 성평등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젠더 이슈 보도 실태와 개선방안을 연구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 보고서 ‘젠더 이슈 보도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김세은, 장은미, 최이숙, 2019)에서는 한국의 젠더 보도 실태를 파악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프랑스, 핀란드, 미국 언론의 성평등 보도를 위한 노력을 △정책 △개별 미디어 조직 △보도 가이드라인 △언론유관단체 △교육 및 생산 시스템 차원에서 파악했다. 그 결과, 각 국에서 언론사 성별 균형뿐 아니라 인터뷰 대상인 정보원 성별 균형까지 고려하고 여성 정보원 데이터 베이스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포착됐다. 젠더 보도 개선을 위해 보도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우선 젠더 보도 개선 방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것이 영국에서 2017년 오프콤(영국의 방송통합 규제기구, Office of Communications)의 규제를 받게 된 공영방송 BBC다. BBC는 2020년까지 여성 인력 비율을 전 직원의 50%를 확보해야하며 여성뿐 아니라 장애, 성소수자 직원들의 비율도 설정에 맞춰야 한다.

프랑스 문화부에서도 올해 4월3일 ‘2019~2022 평등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공영방송사에 대한 남녀동수 목표 달성을 정책 중 하나로 꼽았다. 참고로 2016년 프랑스 공영방송사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elevision)은 여성 대표 취임 이후 남녀비율 30%를 기록했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에서도 2017년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5050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와 진행자의 성별을 50:50으로 맞추는 프로젝트다.

개별 미디어 조직의 노력도 돋보인다. 영국 가디언의 경우 2015년 캐서린 바이너(Katharine Viner)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가디언의 편집국장에 올랐는데 이는 가디언의 194년 역사상 최초였다. 이후 1면에 게재된 기사 가운데 43%가 여성 기자에 의한 것으로 가시화됐는데 이런 수치는 2012년에 비해 2배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2001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시사토론 프로그램 ‘요즘 우리는’(C dans l’air) 진행자를 18년 만에 여성으로 교체했다.

방송사나 신문사의 인력에 여성을 배치하는 것 외에도 전문가 풀에 여성을 늘리는 노력도 공통적이었다. BBC는 언론사 내 여성 인력뿐 아니라 전문가 풀에서도 50:50 룰을 적용했다. 

▲BBC의 2018년
▲BBC 50:50 챌린지 관련 영상 화면 갈무리. 

프랑스 민영방송 TF1의 경우 2015년 테러 방송 이후 뉴스특보에 전문가가 모두 남성임을 지적받고 분야별 3000여명의 여성 전문가의 연락처를 확보해 여성 전문가 비율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2018년 ‘뉴보이스 이니셔티브’(New Voice Initiative)에서 뉴스원의 성비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여성 전문가 데이터 베이스를 500명에서 2300여명으로 늘렸다.

핀란드의 종합 일간지 중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기록하는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은 ‘기계적 성별 맞추기’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보원의 성별을 맞출 경우에도 정치, 경제, 외교, 스포츠에서 남성 정보원이 많고 육아, 연애, 건강, 일상 분야에 많은 여성 정보원이 많은데 정보원 성별 비율을 맞출 때도 분야를 의식해 맞춘다. 이러한 인터뷰이 비율에 근거한 성평등 지수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서 언론사 내외부에 공유한다.

각 매체나 언론유관단체에서 보도가이드라인에 성 평등 보도를 위한 부분을 추가하기도 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2018년 자체적으로 통신사 뉴스에서의 보도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 보도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사건사고 보도에서 여성 폭력을 보도할 때 맥락을 함께 제시할 것 △정보원 활용 시 성별 균형을 맞출 것 △신체적 묘사에 대해 여성만 적용하는지 주의할 것 △여성에게만 가족관계를 언급하는 언어(누구의 딸, 어머니 등)를 사용하는지 주의할 것 등이 담겼다.

미국 통신사 AP의 스타일북은 저널리즘 분야에서 꼭 읽어야할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지는데 2017년, 성별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안에 복수 대명사로 단수명사를 지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 개정은 문법적 오류를 감수하면서도 성중립성 유지를 위해 채택한 것으로 이례적인 개정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여기자협회도 2016년 ‘여성 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보도 가이드라인에는 △가해자의 행위를 사랑이나 연모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으로 과소평가해 ‘치정에 의한 범죄’, ‘가족적 비극’이라는 용어를 금지한다. 대신 ‘친밀한 관계에 의한 살인’ 등의 표현을 사용 △‘강간’을 ‘성폭력’이라는 용어로 쓰면서 범죄사실을 축소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신체, 생활습관을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밤에 외출했다’, ‘신중함을 보이라’는 식의 충고나 교훈을 넣지 않는다는 등 세세한 지적을 담았다. 

영국 여성언론인연합(Women In Journalism)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영국 데일리 메일(Daily Mail) 2017년3월26일자 보도를 거론하며 영국의 메이 총리와 니콜라 스터전이라는 정치인의 만남을 다룬 기사가 ‘여성성’과 ‘외모’를 언급한 것을 지적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여성 기자들이 보통 왕실 관련 뉴스, 쇼 비즈니스 분야, 건강 등 ‘연성’ 보도 분야에 할당되고 남성 기자들은 정치 등 하드 뉴스 분야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여기자협회는 올해 4월13일 여성기자대토론회를 조직해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금 불평등, 성차별, 사이버 폭력, 여성 프리랜서 기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론했다. 이 당시 토론 내용을 청원서로 만들어 문화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언론사 내 성평등 보도를 위한 교육도 신설됐고 이후 교육으로 인한 성과를 얻었다. 프랑스 TF1 채널은 2016년부터 양성평등고등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자사 기자, 프로그램 제작 스태프들을 위한 젠더 교육을 개최한다. 2017년에는 120여명의 제작자들이 교육에 참여했다고 한다. AFP 역시 2017년 이후 여성폭력 보도 방식에 대한 교육을 개최했다.

2015년 프랑스의 지역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Ouest France)는 임금 차이를 줄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웨스트 프랑스 이사회는 2011년부터 노조와 임금차별 및 승진에서 성별 차별을 폐지하는 협약을 맺어 2007년 편집국 여성 인력이 29%였는데 2016년 42%까지 확대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보고서는 해외 사례를 종합한 뒤 “언론유관단체 및 시민단체, 관련부처, 개별 언론사 조직, 저널리즘 스쿨 등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성 인지적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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