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했다는 한국경제·매일경제 등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한국경제는 ‘탈원전 유럽, 원전 유지로 돌아섰다’라는 제목의 7일자 1면 기사에서 “유럽의회가 2050년까지 유럽 탄소배출 총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 감출 목표를 확대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말 채택했다”고 전하며 “유럽의회는 결의안 59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역할을 할 수 있고, 유럽 전력 생산의 상당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U가 기후변화 대응에 원전의 역할을 공식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보도했다. 

▲한국경제 12월7일자 3면 기사.
▲한국경제 12월7일자 3면 기사.

어떤 의미일까.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자력은 IPCC(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 간 협의체)보고서에도 전력생산에 일정 역할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EU 결의안도 IPPC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현재 국가별 원전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차원의 문구로, 새롭다고 보기 어렵다. 원전과 석탄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아웃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가 EU결의안을 ‘원전 유지’로 입맛대로 확대해석했다는 의미다. 

한국경제는 “EU와 ECB(유럽중앙은행)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엔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고, 화석연료 사업 투자는 줄이는 ‘녹색 금융’ 정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며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일부 유럽 국가는 저탄소 분야에 대한 투자도 녹색 금융상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녹색 금융상품에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유럽 언론들은 유럽의회가 최근 기후변화 대응 결의안에 ‘원전이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EU결의안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원전은 온실가스를 내지 않지만 방사성 물질을 내고 대형사고 가능성이 있어서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EU의 ‘탄소배출 제로(0)’ 결의가 ‘친親원전’으로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로 인정받은 것처럼 왜곡보도에 나섰다. 

한국경제는 지난 13일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해달라는 일부 회원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부 국가에 한해 에너지 믹스(전력 발생원의 구성)에 원자력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간 헝가리와 체코는 EU가 원자력을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12월14일자 6면.
▲매일경제 12월14일자 6면.

같은 날 매일경제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원자력도 친환경 에너지”…EU, 첫 인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원자력발전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막을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도 13일 “EU 회원국의 열띤 회의 끝에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됐다. 이날 정상들은 일부 국가에 한해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만 보면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확정된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에너지전환포럼은 16일 입장을 내고 “유럽의회가 지난 12월5일 합의한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Sustainable Finance Taxonomy)에는 ‘중대한 불피해(Do no significant harm)’ 원칙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석탄발전은 물론 가스발전과 원전도 녹색 금융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원칙에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지속 가능한 물 사용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생물 다양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원전이 기후변화(탄소배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더라도 다른 환경목표에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돼야 녹색 금융상품에 포함되지만 핵폐기물, 방사능 오염 등으로 인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투자를 녹색 금융상품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한 나라는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라고 전한 뒤 “프랑스의 로비에도 원전은 원칙적으로 녹색금융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에너지전환포럼은 무엇보다 “유럽의회가 지난 12월12일에 합의한 내용에는 ‘원자력을 친환경에너지에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체코가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이므로 합의문에 언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룩셈부르크가 강하게 반대한 결과 합의문의 기후변화 부분에 원자력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에너지 안보 보장’ 차원에서 각국의 권리를 존중하며 일부 국가들은 각자의 에너지믹스에 원자력 사용을 표시했다고 언급된 정도”라는 것. 

에너지전환포럼은 ‘에너지 안보 보장’에 대해서도 “이미 EU 조약에서 ‘연합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한다고 명시된 내용이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다”고 밝힌 뒤 “친환경에너지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녹색금융 분류 체계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불피해(Do no harm)’ 원칙상 원전이 포함되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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